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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영웅 Nov 05. 2021

남성 작가가 여성이 주인공인 1인칭 소설을 쓴다는 것

책 리뷰_나의 미카엘  

<나의 미카엘>은 아모스 오즈라는 이스라엘 출신 작가의 소설이다. 68년도 소설이니까 시간과 장소 모두 내겐 판타지 세계관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작품이었다. 그런 작품을 택한 이유는 기교가 필요했다. 남성 작가로서 여성 주인공의 1인칭 시점의 작품을 쓰다보니 캐릭터의 개연성을 위해서 참고할 작품이 필요했다.


그러나 막상 다 읽고 나니 크게 한 방 먹은 기분이었다. 아니 두 방 정도 먹은 것 같다.    


#1

작가에게 있어 첫 문장을 쓰는 일은 가장 고통스럽고 괴로운 일이다.

독자가 읽을 때 걸리적 거림없이 매끄럽게 흘러가야 되는 동시에 시선을 사로 잡아야 하는 역할을 해야 하기에 그 어떤 문장보다 많이 쓰고 많이 지운다. 그래서 이 소설의 첫 문장, 그리고 첫 문단을 수십 번은 읽었던 것 같다. 책 전체를 붙잡은 시간 대비 첫 문장에 할애한 시간은 비정상적일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내가 이 글을 쓰는 것은 내가 사랑하던 사람들이 죽었기 때문이다.


누가 죽었지? 도대체 왜? 그리고 그 죽음이 이 소설을 어디로 어떻게 끌고 가려는 거지? 등등 많은 호기심과 기대감을 가지게 한다. 그만큼 첫 문장은 영리했고, 아름다웠으며, 소설의 마지막 문장을 읽고 나서 다시 첫 문장으로 돌아가게끔 하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2

필요에 의해 남성 작가가 쓴 여성 화자의 소설을 찾고 있었다. 처음 찾아본 작품의 작가 이름이 파비오 볼로...였던가? 작품의 제목도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아쉬웠다. 남성 작가로서 1인칭 시점의 여성 주인공을 섬세하게 잘 표현했지만 섬세함만 보여주는 훌륭한 연기 같았다. 여성에게는 섬세함만이 있는 것이 아닌데. 여성을 표현하기 위해 '여성스러움'만을 훌륭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나 이 작품은 반대로 한나의 시선이나 감정의 변화들이 '여성스러움'이 아닌 '한나스러움'으로 표현되며 책 표지의 아저씨 얼굴이 아닌 만나본 적 없는 한나의 얼굴을 자연스럽게 그려가며 읽고 있었다.

아, 아니... 그래도 이건 아니지...


이는 작가가 단순히 여성을 묘사하려는 것이 아니라 한나라는 인물에 제대로 몰입한 덕분이었을 것이다. 단순히 남녀라는 2분법으로 써내려간 것이 아니라 10억분법으로 한나를 담았던 것은 아닐까 한다.


여성 화자처럼 보이기 위한 얄팍한 기교를 얻으려 했다가  중요한 글쓰기, 특히 소설쓰기의 본질?  거창한 단어 말고, ... 그러니까 내가  소설을, 이야기를 쓰려고 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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