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혹은 위로 과잉시대
지하철에는 지하철 노선표만 직관적으로 되었으면 좋겠다.
약속 시간에 쫓겨 급히 노선을 찾는데, 맞는 방향인지 반대 방향인지, 급행인지 아닌지, 출구는 어디인지, 이거 찾느라 땀 뻘뻘 흘리는데, 여유롭게 시 읽을 시간이 있을지.
사람 가장 붐비는 출퇴근 시간에 또 시 한 자락 읽을 여유 있을 지. 다들 핸드폰 보던데...
역사에 안전문이 달리고, 그 창문에 시가 적힌 게 몇 해 안 됐다. 안전문이 달린 건 불행한 안전사고를 막기 위함이 시작이었고, 아마도 창문에 싯구를 붙인 시작은 인문학 열풍에 기대서였을 것이다.
다들 인문학 인문학 하니, 다들 인문학 담아야 하는 줄 알고...
유행은 잠시일 뿐, 지속되는 클래식이 아니다. 몇 해 전 인문학 광풍이 해가 지나 수그러든 것처럼.
아느 영역이건, 유행을 따르기 전에 영역의 본질에 더 집중하는 게 맞지 않을까.
지하철이라면 지하철 영역 이용자의 본질에 충실한 디자인이 우선! 유행은 그 다음이다.
약속시간은 다가오는데, 정차하지 않는 급행을 타서 뒤돌아 타거나, 반대편을 타서 다시 돌아탄 게 한 두번이 아니다. 한 두 번은 챙기지 못한 내 탓이지만, 서너 번은 개인의 실수를 챙기지 못한 역사 탓이다.
오늘 아침에도 맞게 탔는지, 방향과 출구 확인하느라 10분 늦었다. 작은 글씨로 된 전체 노선표 찾느라 그 옆 시 한 줄 읽을 시간 없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