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 감성 랜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가능한 밤에는 조명 하나를 켠다.
이케아 감성 랜턴.
언제나 선호하는 색깔인 진녹색 바디에 호롱불 모양의 조명.
옆에 은색 톱니를 돌리면 빛의 강도가 조절된다.
조도는 가장 밝은 빛의 1/3 수준.
멍 때리기 참 적당한 빛의 모습이다.
두 줄기 필라멘트가 가열되어 나오는 빛의 색깔은 좀 멍하다.
낮의 일상이 너무 선명해서,
밤에는 일부러 멍해지려고, 마음과 뇌의 과부하를 내려놓는다.
백열등은 값싼 전구다.
지속성과 젼력효율을 따지면 LED를 선택하는 게 낫다.
에너지 등급 등의 이유로 시장도 반기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이 빵만으로 살 수 없듯이,
효율만으로 살 수는 없다.
우리가 감정에 치우친 행동을 할 때,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제발, 이성을 되찾아".
그래서 이성적으로 노력했던 낮의 일들이 상처로 돌아올 때,
밤에 나를 다독인 건 감성 랜턴이었다.
그 미묘한 조명에 멍 때리며 하루를 달래주었다.
오늘의 고민을 은은하게 조절해주었다.
밤에도 너무 달아오르거나, 또 혼자 있는 밤인데 너무 선명할 이유는 없다.
은은하게 빛날 내일의 나를 생각하며,
늦은 밤엔 꼭 감성 랜턴 하나만 켠다.
조도는 가장 강한 빛의 1/3로.
그렇게 오롯이 혼자를 위한 빛의 강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