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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다정한 말들

내가 나에게만큼은

by 피터

나의 작고 초라한 방과 그 안의 사물들을 소개하고 나니, 역시나 낯간지럽다.

흔히 관심이라고 하면 남에 대한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10평 자취방의 물건들이 들려준 이야기를 통해, 남이 말하는 당신이 아닌

오롯이 나를 향한 관심의 크기를 묻고 싶었다.

스스로에게 얼마만큼의 이야기를 걸고, 애정하는지.


오늘도 퇴근 후 방문을 연다. 현관등을 켜고 바라보는 자취방은 내가 준 관심만큼 달라졌다.

혼자여서 외롭던 공간이, 내가 오랫동안 들인 물건들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내 곁에 나와 고개 끄덕이며 이야기를 나눌 이렇게 많은 친구들이 있다니.

지치고 고단하다는 이유로, 방구석 친구들을 외면하던 날이 미안했다.

사람들의 의도한 위로보다, 사물이 건네는 말없는 응원에 귀를 더 기울인다.

고민과 분노를 토로할 정도에는 친구들의 말로 충분하지만,

상처가 그보다 깊어 말을 닫게 되는 시간들이 있다.

그런 때는 나의 마음에 말을 걸어야하는 시간이라 믿는다.

내가 내게 말을 건네는 일은 참 외로워서, 당신의 공간에 이야기를 나눌 물건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오래된 물건이건, 최근에 산 물건이건, 그 물건들에 당신의 마음이 들어있을 테니까.


책의 제목을 짓는데 고민했다.

다정한 물건들로 할까, 무심한 위로라고 할까.

결국 제목은 다정한 물건들로 정했다.

<다정한 물건들>은 사물에 관한 이야기이면서, 위로에 관한 무엇이다.

물건으로 보면, 당신의 좋은 마음을 담은 취향서로 읽어도 좋다.

위로에 관한 무엇이라면, 혼자라고 생각하던 당신의 공간에

나를 위로해줄 친구들이 있다는 것을 꼭 알아줬으면 좋겠다.

자잘하게만 생각했던 나의 일상에 이렇게나 많은 다정한 말들이 있다니.

나를 지키는 모든 소중한 것들은 내 곁에 늘 있다고 믿는다.

더 이상 타인의 말에 흔들리지 않기로 한다.


혼자인 당신의 방에 좋은 당신 닮은 다정한 물건들이 많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내 방의 물건들이 내 삶에 건넨 무심한 위로를 전하고 싶다.

당신만큼은 당신에게,

참 다정한 사람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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