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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운트 Feb 14. 2022

해와 달과 날 속에 이어져온 마음들

《연년세세》, 황정은

책 말미, 작가의 말이 눈길을 끕니다. "사는 동안 '순자'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을 자주 만났고, '순자'가 왜 이리 많을까, 라는 질문에서 이 소설이 시작되었다"고 밝히고 있죠. 생각해보면 정말 그렇네요. '순자'라는 이름으로 대표되는 어떤 사람들, 우리의 엄마와 할머니, 스쳐가며 만났던 여성들.

〈파묘〉 〈하고 싶은 말〉 〈무명〉 〈다가오는 것들〉 네 편의 단편들로 구성된 소설 《연년세세》 속에는 이순일, 한영진, 한세진이라는 사람들이 등장하여 자신의 이야기를 보입니다. 이들은 엄마와 딸들이고 자매 관계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각자 피로와 슬픔과 하지 못한 이야기와 하고 싶은 말에 싸여 있다는 것이겠죠. 바로 지금의 우리처럼 말이죠.




특히 모든 작품에 강하게 드러나 있는 '용서'라는 주제가 마음 한구석을 아프게도 합니다. 용서할 수 없어 말하지 않게 되는 것, 용서할 수 없어서 차라리 잊는 것, 아니면 잊지 않기로 결정하는 것 모두 처절하면서도 슬프기도 한데요, 그래도 이들은 말할 수 없는 것도, 말하지 않기로 한 것도 인정하며 받아들이기 위해 살아갑니다.


"울고 실망하고 환멸하고 분노하면서, 다시 말해 사랑하면서." - 본문 중에서


가정과 사회가 어느 하나 뚝 떨어져 전혀 다른 것이 있던가요. 연년세세年年歲歲 이어져오는 고리, 반복되어오는 길들이 조금씩 조금씩 변화하고 달라지면서 또 새로운 날이 시작됩니다. 크고작은 아픔과 기쁨 속에서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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