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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와 달과 날 속에 이어져온 마음들

《연년세세》, 황정은

by 아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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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말미, 작가의 말이 눈길을 끕니다. "사는 동안 '순자'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을 자주 만났고, '순자'가 왜 이리 많을까, 라는 질문에서 이 소설이 시작되었다"고 밝히고 있죠. 생각해보면 정말 그렇네요. '순자'라는 이름으로 대표되는 어떤 사람들, 우리의 엄마와 할머니, 스쳐가며 만났던 여성들.

〈파묘〉 〈하고 싶은 말〉 〈무명〉 〈다가오는 것들〉 네 편의 단편들로 구성된 소설 《연년세세》 속에는 이순일, 한영진, 한세진이라는 사람들이 등장하여 자신의 이야기를 보입니다. 이들은 엄마와 딸들이고 자매 관계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각자 피로와 슬픔과 하지 못한 이야기와 하고 싶은 말에 싸여 있다는 것이겠죠. 바로 지금의 우리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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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모든 작품에 강하게 드러나 있는 '용서'라는 주제가 마음 한구석을 아프게도 합니다. 용서할 수 없어 말하지 않게 되는 것, 용서할 수 없어서 차라리 잊는 것, 아니면 잊지 않기로 결정하는 것 모두 처절하면서도 슬프기도 한데요, 그래도 이들은 말할 수 없는 것도, 말하지 않기로 한 것도 인정하며 받아들이기 위해 살아갑니다.


"울고 실망하고 환멸하고 분노하면서, 다시 말해 사랑하면서." - 본문 중에서


가정과 사회가 어느 하나 뚝 떨어져 전혀 다른 것이 있던가요. 연년세세年年歲歲 이어져오는 고리, 반복되어오는 길들이 조금씩 조금씩 변화하고 달라지면서 또 새로운 날이 시작됩니다. 크고작은 아픔과 기쁨 속에서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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