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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운트 Feb 20. 2022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책방에서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황보름

개브리얼 제빈의 소설 《섬에 있는 서점》에는 이런 말이 나오죠.

"서점 없는 동네는 동네라고도 할 수 없지."


소설가 닐 게이먼도 똑같은 말을 했네요.

"서점이 없는 마을은 마을이 아니다. 스스로 마을이라 부를 수는 있겠지만 영혼까지 속일 수는 없다는 것을 자신도 알 것이다."


오가는 사람도 많지 않은 한적한 주택가에 어느 날 서점이 하나 생깁니다. 화려하지 않아요. 서점이니까요. 이름마저 담백하네요. 동네 이름을 따서 휴남동 서점. 서가에 책이 채워집니다. 베스트셀러와는 거리가 먼 것 같습니다. 이곳과 잘 어울리는 책들입니다. 아마도 서점 주인의 취향이 흠뻑 반영되었겠죠.


책의 냄새가, 커피 향기가 은은하게 풍겨나옵니다. 늦은 시간에도 따뜻한 불빛이 새어나오죠. 일상에 치여 종종걸음을 치던 사람들, 웃을 일 없이 굳은 얼굴의 사람들이 '이런 곳에도 서점이?' 하는 생각으로 조심스럽게 들어옵니다. 그리고 어느새 입가의 긴장을 풀고 잠시 고민을 내려놓고 마음에 쏙 드는 책을 골라서 집으로 돌아갑니다. 발걸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네요.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는 어디에인가 있을 법한, 하지만 의외로 찾기 어려운, 가까운 곳에 있었으면 하고 바라는 동네책방을 배경으로 한 소설입니다. 배려심 많은 애서가이자 서점 주인 영주, 과묵하고 세심한 바리스타 민준, 싹싹하고 호탕한 로스터 지미, 뜨개질과 명상을 즐기는 단골 소님 정서 그리고 작가 승우 등 휴남동 서점에 모여드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정겹습니다. 이들은 서로를 존중하고 아끼면서 자신도 모르는 새에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줍니다. 이들의 하루하루가 낯설지 않으면서도 당장이라도 함께하고 싶을 정도로 편안합니다.


"책을 읽는 사람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삶의 결이 휴남동 서점에서 느껴진다면, 책을 읽는 사람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이야기가 휴남동 서점에서 흘러 나간다면, 사람들도 한 번쯤 책을 펼치려 하지 않을까." - 본문 중에서


인용한 저 문장에서 '휴남동 서점'을 모두 '길동 책방 아운트'로 바꾸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큼 진심으로 동감하고 있어요. 그런 마음으로 오늘도 아운트에서 책을 사랑하고 책을 필요로 하는 분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어서 오세요, 아운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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