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책방 편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운트 Mar 03. 2022

우리는 우리의 믿음과 다르게 행동한다

《한순간에》, 수잰 레드펀

소설의 시작이 한겨울 스키여행이어서이기도 하지만, 다 읽고 나면 어쩐지 추워집니다.  시종일관 서늘한 질문과 깊은 슬픔을 품고 여운을 남기는 그런 소설입니다.


한 동네 아주 친하게 지내는 두 가족이 함께 스키 여행을 가기로 합니다. 잭과 앤, 둘째 딸 클로이와 애인 밴스, 셋째 딸 핀과 핀의 친구 모, 막내 오즈, 이웃집 밥과 캐런, 그들의 딸 나탈리, 그리고 가는 도중 우연히 만난 카일, 오즈의 반려견 빙고. 그런데 예기치 않은 사고가 일어납니다. 


정말 한순간에, 누구의 잘못도 아닌 사고로 핀이 그 자리에서 사망하고 아빠 잭도 큰 부상을 입습니다. 늦은 시간, 눈보라 치는 날씨, 당장 구조될 희망도 없습니다. 이런 극한 상황에서 이들은 무모하거나 당연한 선택을 합니다. 그리고 그 선택은 예상하지 못하는 결말을 가져옵니다.


꽤 두꺼운 책이지만 손에서 쉽게 놓기 어려울 정도로 흡인력이 강합니다. 무엇보다 등장인물들의 밑바닥까지 들어가보는 묘사와 조각난 이야기들을 하나로 크게 꿰매는 구성이 인상적입니다. 

인간의 본성, 죄의식, 도덕성, 죽은 자에 대한 애도와 살아남은 자의 책무 등 생각할 거리가 많아서 다 읽고 나면 함께 이야기하고 싶어지는 책이기도 하고요.


책 말미에 토론 주제도 마침 실려 있어서 한 번쯤 생각해보셔도 좋을 것 같고요, 다른 사람의 의견도 함께 들을 수 있는 독서모임 등에 참여해보셔도 도움이 될 듯합니다. 아운트에서도 지난여름에 이 소설로 북클럽을 진행했었는데, 그 어느 시간보다도 풍성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모의 우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나는 궁금해진다. 우리의 인간성이 양심보다는 상황에 의해 결정되는지, 그리고 만일 우리 중 누구라도 궁지에 몰리면 변하게 될지 말이다. 나는 그날 목격했다. 모두 자신들이 믿었던 것과는 전혀 다르게 행동하는 것을." - 본문 중에서




매거진의 이전글 도서실에서, 책에서 뭘 찾고 있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