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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운트 Mar 07. 2022

깊고 아름다운 빛과 그림자를 찾아가는 여행

《그림자의 위로》, 김종진

울창한 가지와 잎들을 가진 나무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벽돌의 건물. 빛과 그림자가 만들어낸 자연스러운 풍경이 눈길을 끕니다. 이곳은 독일의 '인젤 홈브로이히 미술관'이라고 하는데요,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 항상 열려 있고 정해진 룰도 없는 그런 성격의 장소라고 합니다. 


빛과 바람, 눈과 비 그 자체가 예술이 되는 이곳을 책으로 처음 접하면서 언젠가 꼭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림자의 위로》는 침묵의 빛, 예술의 빛, 치유의 빛, 생명의 빛, 지혜의 빛, 기억의 빛, 구원의 빛, 안식의 빛을 찾아 떠난 건축 순례입니다. 수도원, 도서관, 주택, 온천장, 공원묘지 등 건축가가 찾은 장소들은 유난히 빛과 어둠이 깊고 아름다우며 침묵과 사색으로 채워져 있는 곳들입니다. 


이 책을 통해 각 건축물들의 특징이나 건축가의 의도 등을 알아가는 재미도 컸지만, 평소에는 잘 의식하지 못하는 자연의 음영, 색깔, 온도를 관찰하고 그 안에 나의 시간을 맡기는 경험이 주는 위로를 느끼게 되었어요.


"영감은 빛과 침묵이 만나는 곳에서 탄생한다. - 루이스 칸"


무엇보다 저자의 차분하고 고요한 산책에 동행하면서 돌과 나무로 만들어진 건축물이 시간의 흐름과 빛, 바람, 빗물 등에 자연스럽게 변화해가듯, 삶과 죽음이라는 인간이 벗어날 수 없는 운명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역시 공간이 주는 분위기와 힘이라는 것이 있으니까요.


쉽게 가볼 수 없는 곳들이겠지만 《그림자의 위로》의 좋은 글과 사진으로나마 방문해보시죠. 그러고 나면 주말 산책길에 만나는 골목의 나무들, 평범하게 생긴 빌딩 벽에 만들어진 그림자의 모양, 공원 벤치에 앉아 느끼는 바람도 예사롭지 않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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