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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운트 May 02. 2022

자작나무숲에 누워 보내는 마지막

《작별인사》, 김영하

한반도가 통일된 이후, 평양은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특화 도시로 지정되고 많은 IT 기업이 평양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소년 철이는 그중 휴먼매터스 랩이라는 연구소의 저명한 연구원 아버지 최박사, 그리고 갈릴레오, 칸트, 데카르트라는 이름의 고양이들과 살고 있어요. 아버지와의 홈스쿨링을 통해 천자문을 배우고, 20세기 소설과 영화 들을 즐기면서요. 어디선가 내전이 벌어지고 평양과 서울 시내에서 테러가 잇따르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기도 하지만, 철이가 지내는 휴먼매터스 캠퍼스만은 평화롭고 안온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떤 오류 때문인지 철이는 수용소로 끌려가고, 그곳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혼란과 폭력의 세계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과 미래를 마주하게 됩니다.




최근 좋아하는 작가님들의 신작들이 연이어 출간되어서 정말 즐겁습니다. 특히 많은 분들이 김영하 작가님의 신작 장편소설 《작별인사》를 반기실 것 같네요. 책장을 펼치자마자 쉬지도 않고 읽어내려갔는데요, 이전 작품들처럼 작가님 특유의 흡인력과 속도감은 여전하지만, 묵직하고 깊은 문제의식이 충분히 상상 가능한 디스토피아적인 배경을 통해 증폭되어 여운이 매우 긴 소설입니다.



"나는 선이가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어리석음이야말로 인간다운 것이 아닌가. 선이가 충분히 인간이 아니라면 도대체 누가 충분히 인간이란 말인가." - 본문 중에서



소설 가장 첫 장면에서 철이가 길에서 죽은 직박구리를 발견하고 묻어주며 '가슴속에 치밀어오르는 감정이 있는데 그게 뭔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슬픔일까, 아니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일까?'라고 생각하는데요, 소설 마지막에 이르러서 독자 역시 그런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소설 중반, 삶과 죽음, 정체성, 인간다움에 대하여 달마와 선이가 치열하게 논쟁하고 대립하는 장면에서는 어쩐지 숙연해지기도 하고요. 그래서 '작별인사'라는 제목을 다시 한번 곱씹어봅니다.



유난히 눈이 부신 계절이 시작되었습니다. 일도 휴식도, 마음껏 하지만 건강하게 누리시길 바랄게요. 그 시간에 어울리는 책 한 권을 만나보기도 하시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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