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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운트 Jun 15. 2022

창의 안과 밖, 밝음과 어두움, 상승과 하강의 이야기

《무수히 많은 밤이 뛰어올라》, 후루이치 노리토시


낭만적인 제목과 표지의 이 소설의 주인공은 스물세 살 청년 쇼타입니다. 대학 졸업 후 남들처럼 취업을 하려고 했지만 어쩐 일인지 번번이 실패했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고층빌딩에 위태롭게 매달려 유리창을 닦는 사람들을 보게 되고 다분히 충동적으로 그 일을 시작합니다. 가족이나 친구들은 이해해주지 않죠. 쇼타 역시 이해 받기를 원하는 것도 아니고요. 그저 고립감과 외로움, 자포자기 상태로 조금은 위험한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고급 맨션의 유리창을 닦던 중 창문 안쪽 노부인과 눈이 마주치고, 그녀로부터 초대 아닌 초대를 받고 집으로 찾아갑니다. 그리고 노부인으로부터 이상한 제안을 받게 되지요.



여기까지의 이야기가 흥미롭지 않으신가요? 소설 《무수히 많은 밤이 뛰어올라》의 작가 후루이치 노리토시는 특이하게도 일본의 젊은 사회학자라고 합니다. 이 작품은 두 번째 소설이기도 하고요. 그래서인지 현재 일본의 청년 실업문제, 빈부의 양극화, 독거노인의 문제 등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는 듯합니다. 물론 일본만의 현상은 아닐 터라 공감할 수 있는 부분도 많았고요.



전혀 공통점이 없는 두 사람의 만남은 그다지 편안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노부인이 살고 있는 아파트는 쇼타가 감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고급스럽지만 그 안에는 가구도 없이 상자들만이 가득 쌓여 있죠. 게다가 노부인이 쇼타에게 부탁, 아니 제안하는 내용은 엄밀히 말하면 범죄에 가깝기도 합니다. 이렇듯 소설 전반에 흐르는 이질적이면서도 아슬아슬함은 화려함과 빠른 속도로 살아가는 도시의 뒷면, 잘 눈에 띄지 않는 개인의 삶, 외로움에 괴로워하면서도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우리의 모습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장치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밖에는 무수히 많은 빛이 보였다. 그것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살아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 빛이 흘러나오는 창 너머에서는 어떤 삶이 영위되고 있을까.” - 본문 중에서



독특한 설정과 감성, 묘한 스릴이 함께 있는 소설입니다. 역시 읽고 난 다음 다른 사람의 감상과 의견이 매우 궁금해지기도 하고요. 연휴 동안 한번 읽어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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