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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운트 Sep 12. 2022

알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던 진실

《봄에 나는 없었다》, 애거사 크리스티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오리엔트 특급살인》 등 수많은 명작 미스터리를 남긴 애거사 크리스티. 그의 새로운 면모를 만날 수 있는 《봄에 나는 없었다》를 소개합니다. 크리스티가 '메리 웨스트매콧'이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작품이라고 하는데요, 그래서인지 확실히 우리에게 익숙한 미스터리물이 아니라 아주 날카로우면서 몰입감이 뛰어난 심리서스펜스물입니다.





주인공 조앤은 남편과 세 자녀와 함께 부유하면서도 안정된 가정의 일원입니다. 남들은 모두 화목한 이 가족을 부러워하죠. 조앤 역시 자기 부부가 정말 다복하다고 느끼며 자신의 평화로운 삶에 만족합니다. 바그다드에 사는 막내딸을 간병하고 다시 런던으로 돌아가는 길, 얼른 집으로 돌아가 사랑하는 남편을 만나고 싶지만 악천후로 기차가 끊기면서 조앤은 사막의 숙소에 발이 묶입니다. 할일이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낯선 곳에 홀로 남겨진 조앤. 며칠 전 우연히 만났던 고교시절 친구 블란치의 모습과 말이 자꾸 머릿속을 맴돕니다. 그리고 생각은 생각을 낳으며 조앤을 사로잡죠.



"자신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 말고는 할일이 아무것도 없다면 자신에 대해 뭘 알게 될까?" - 본문 중에서



지루한 나머지 숙소를 둘러싸고 있는 사막으로 산책을 나간 조앤. "그녀는 생각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그냥 걸으려고 했"지만 그게 쉽지는 않습니다. 자상하고 유능한 남편에 대해서, 딸들과 아들에 대해서, 너무나 달라진 모습으로 마주친 친구에 대해서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은연중 자신이 외면해왔던 진실에 마주히게 됩니다. 그 과정은 고통스럽고 공포에 가까울 정도로 위태롭게 묘사되는데요, 그 장면들은 사막의 모래처럼 건조하고 무채색에 가깝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아프게 읽힙니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탁월함을 새삼 깨닫게 되네요. 마지막까지 책을 손에서 놓지 않고 읽어 나가다보면 어느새 서늘해진 공기가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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