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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운트 Sep 14. 2022

같은 비행기, 같은 사람들이 다시 나타났다

《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제목 '아노말리'는 '변칙, 이상한 것'이란 뜻으로, 말하자면 '이상 현상'의 의미겠네요. 낯선 제목과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는 작가, 또 실험적인 문학 창작 집단 '울리포' 작가의 소설이라는 점, 공쿠르상 수상작이라는 사실 등이 어쩌면 난해한 소설일지도 몰라 하는 선입견을 줄 수도 있겠지만 감히 참 멋지고 재미있는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소설의 시작은 냉철한 킬러의 이야기입니다. 누아르 장르인가 싶었는데, 또 새로운 인물, 빅토르 미젤이라는 한 소설가의 등장. 그는 다소 의문스러운 작품 '아노말리'라는 소설을 남기고 투신자살 합니다. 그는 얼마 전 파리에서 뉴욕으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가 난기류를 만나는 공포를 겪은 적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3개월 후, 빅토르 미젤을 비롯한 문제의 비행기를 탔던 똑같은 승객들이 다시 한번 같은 비행기를 타고 같은 경로를 비행하다가 동일한 난기류를 만나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곧 미국 정부에 의해 공군 기지에 격리되며 이야기는 예상하기 힘들게 전개됩니다. 3개월의 시차를 두고 다시 나타난 사람들과 비행기. 과연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앞서 이야기한 킬러 블레이크와 동명의 소설을 남긴 빅토르 미젤 외에도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며 소설은 매우 풍부한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뮤지션과 변호사, 건축설계사, 영화 편집자, 과학자들을 비롯해 다양한 연령대와 인종, 성별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는, 때로는 유머러스하고 때로는 스릴 넘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이 소설은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나'가 대면하는 놀라운 장면까지 쉼없이 내달리는데요, 각각의 선택과 순응, 거부의 반응들은 존재 이유에 대한 깊은 성찰의 경험을 선사합니다.



"우리는 여전히 우리가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살겠지요. 우리는 우리의 착각을 증명하는 모든 것에 눈을 감고 삽니다. 그게 인간이죠." - 본문 중에서



한마디로 요약하기는 어렵지만, 일단 손에 잡으면 놓기 어려운 흡인력을 갖춘 소설로 읽고 나면 아마 생각하고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은 마음이 들 거예요. 어쩐지 휴가지나 비행기에서, 또 밤을 새워 읽기에 어울릴 것 같아요. 꼭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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