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고 단순하고 경쾌하고 친절한 젊음의 시간들
남의 딸 결혼식인데 눈물이 났다. 서울 사는 사람들이 내가 사는 지방에 예식장을 잡았다. 그동안 간간히 연락이 닿으면 한번 보자고 말만 하다 이렇게 만날 일이 생겼다. 곱게 차려입은 부부를 만나 인사하고 포옹하는데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교회에서 제일 건강하고 생기 넘치던 멋진 커플이었다. 외모며 성격이며 모자란 데 없이 쾌활하고도 편안해서 이십몇 년 전 중국 한인교회에서 질병과 실직으로 고립되어 있던 우리 가족을 자주 즐겁게 해 주었다. 그들의 단순함과 친절과 경쾌함은 언제나 그리운 것이었기에 문자로 안부 전할 때에는 생각도 못했던 눈물이 먼저 차올랐다. 그들이 베풀었던 젊고 싱그러운 호의의 기억들이 마음 어느 구석에 새겨져 있었던 모양이었다. 결혼식의 감동스러운 순간마다 계속 눈물을 흘리고 손수건을 찾았다. 양가부모가 인사말 할 때도 아름다운 신랑신부가 혼인서약을 할 때도 신랑의 어릴 적 친구가 축사대신 울먹일 때도 주책없이 눈물을 닦았다.
살면서 어느 때부터인가 나는 울지 않았다. 들어줄 사람 없어 묻어둔 이야기들이 푸르고 단순하고 경쾌하고 친절했던 젊음의 시간을 다시 만나 툭 걸려 급하게 올라 와 버리니 나는 못 감추고 눈물을 실토해 버렸다. 나의 폐허 같았던 시간의 문은 열려버렸고. 나는 다시 보았고 잊었던 눈물이 나 버렸는데 이대로 이 그리움 이 아쉬움 이 모든 후회를 되가지고 갈 수 없었다. 너무 무겁고 아프다. 알게 되었다. 어떻게든 내가 그토록 숨기고 싶어 했던 것은 어떤 사건이 아니라 내가 몹시 슬펐다는 것 한 가지 사실이었다. 나의 눈물은 내가 그 말을 해주기를 여태 기다려왔던 것 같다. 이젠 어떤 것도 손댈 수 없는 시간 속에 그대로 두고 가야 한다. 그때 너무 힘들어서 내가 기억을 지울 뻔했다는 것이다. 숨기지 않겠다. 내가 멀쩡히 웃고 있지만 참 많이 마음이 아팠고 울고 싶었다. 이제 숨길 마음이 없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