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왜 맨날 화내?"

첫째 아이의 일기에서 마주한 나의 민낯

by Aunty Bo

책장을 정리하다가 낡은 노트 한 권을 발견했다.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쓴 일기장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펼쳤던 페이지에서 나는, 한참을 멈춰 서 있었다.


“엄마 사랑해!
엄마가 날 사랑해서 좋았다.
왜냐면 엄마는 동생만 사랑하고 아니면 화내니까.”


숨이 멎는 줄 알았다.
그리고 다음 장에서도, 또 다음 장에서도 반복되는 단어는 ‘화’였다.


“오늘 엄마가 아파서 내가 도와줬다.
엄마 물 가져다주고 안마해줬다.
엄마가 쉬어서 다 나았다고 했다.
그런데 엄마가 갑자기 화를 냈다.”


“오늘 아빠랑 통화했다.
아빠가 보고 싶기도 했고 아빠가 안 와서 화나기도 했다.
오늘 내가 내 콩콩 (첫째 아이의 인형)을 잠깐 내려놨다.
하지만 영서가 내 콩콩을 던졌다.
난 다른 데 두려고 했다.
그때 엄마가 들어와서 왜 잘 안 뒀냐고 화냈다.”


“오늘 엄마가 날 사랑한다고 알았다.
왜냐하면 맨날 엄마가 화내서 그렇다.”


나는 그날, 일기 속의 '엄마'를 보며 참 많은 걸 느꼈다.
아이의 눈에 나는 얼마나 자주, 얼마나 쉽게 화를 내는 사람이었을까.


그때는 몰랐다.
첫째가 동생에게 양보하지 않으면 안 될 때,
내가 힘들어 보이면 좀 참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
그저 순간을 넘기기 위해 '엄마의 감정'으로 덮어버렸던 말들과 표정들이
이토록 진하게 아이의 마음에 새겨질 줄은.

시간이 지나면서 첫째는 점점 말을 아꼈고, 감정을 안으로 눌러 담기 시작했던 것이다.

나는 이제야 눈치챘다.
지금 아이가 흔들리는 이유가, 겹겹이 쌓였던 그 감정들의 무게 때문이라는 것을.

이제야 나는 조심스러워진다.
그 조그만 일기장이, 너무 늦지 않게 나에게 말을 걸어준 것이 고맙다.
아이의 마음에 조금 더 다가가 보기로, 다시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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