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에 몸을 맡긴 날, 아이가 달라졌다

사춘기 아이가 운동으로 마음을 풀기까지

by Aunty Bo

한국에 돌아온 지 거의 1년 만에 떠나는 여행이었다.
아이들이 한국에서 여행해 본 경험이 거의 없어서, 기회가 되면 전국 곳곳을 함께 다녀보고 싶었다. 하지만 첫째 아이가 청소년 문화유산 해설사 과정을 준비하느라 9개월 동안 수업과 시험으로 빡빡한 일정을 보냈다. 중학교 자유학기제인 1학기 동안 끝내야 한다는 목표를 세우니, 여행은 늘 뒤로 미뤄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드디어 해설사 단원이 되었고, 여름방학이 끝나기 전 강원도 고성으로의 여행을 계획했다. 둘째 아이가 학교에서 ‘통일전망대’에 대해 배우고 와서, 꼭 가보고 싶다고 했기 때문이다.

“북한 땅을 직접 볼 수 있는 곳”이라며 눈을 반짝였다.

검색해 보니 파주와 고성, 두 곳이 있었는데, 우리는 바다와 함께 즐길 수 있는 고성으로 결정했다. 그리고 우연히 발견한 가족 서핑 강습. 중학교 1학년과 초등학교 1학년, 터울이 큰 두 아이가 함께 할 수 있는 활동이라는 점에서 망설임 없이 예약했다.


그런데 출발 당일, 하늘이 무너질 듯 비가 쏟아졌다. 일기예보는 여행 내내 ‘비’였다. 첫 일정이 통일전망대라 걱정이 앞섰다. 점심을 간단히 해결하고 전망대로 향했지만, 도착할 때까지 비는 멈출 기미가 없었다.

고성 통일전망대에 가기 위해서는 미리 출입신고가 필요했다. 전날 앱으로 자동차와 방문자 정보를 입력하니 예약번호가 발급됐다. 출입신고소에서 결제를 마치고, 차를 타고 출입통제선을 넘었다. 철조망과 안내 표지판이 눈에 들어올 때마다,

‘우리가 분단국가에 살고 있구나’ 하는 사실이 묵직하게 다가왔다.


비 때문에 멀리 북한 땅을 보긴 어려웠지만, 전시관 속 북한의 생활용품과 사진들이 아이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둘째 아이는 “옛날 생활 같아”라며 신기해했고, 집으로 돌아가는 날 날씨가 맑으면 다시 와서 보고 싶다고 했다.


다음 날, 서핑 강습이 있는 날.

다행히 날이 맑아졌다. 바닷바람이 얼굴을 스치자 긴장감이 몰려왔다.

둘째 아이는 “떨려”를 연발했고, 첫째 아이는 “난 괜찮아”라며 시큰둥했다. 그런데 막상 강습이 시작되자, 첫째 아이가 가장 열정적으로 움직였다. 파도에 휩쓸려도, 넘어져도,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 순간, 나는 오래 잊고 있던 아이의 얼굴을 본 것 같았다.


말레이시아에 살 때는 수영과 승마를 꾸준히 하던 아이였다. 하지만 한국에 돌아와서는 하고 싶은 운동을 찾지 못했다. 새벽 수영을 신청하려 했지만, 초등학생은 등록이 불가능했고, 중학생이 되기까지 6개월을 기다려야 했다. 그 시기를 놓치자 아이는 더 이상 운동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지난 1년 동안 ‘운동’이라곤 방에서 음악을 틀어놓고 뛰는 게 전부였다.


돌이켜보니, 사춘기라서 예민하다고만 생각했던 아이의 변화는 어쩌면 몸으로 스트레스를 풀 길이 없어서였는지도 모른다. 고성의 파도 위에서 온몸을 맡기고, 환하게 웃는 아이를 보면서 깨달았다.

첫째 아이에게는 어쩌면 파도처럼 몸을 던져 스트레스를 씻어내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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