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
일을 관두고나니 아이가 잘 다니기 시작한 어린이집 등원을 거부했다. 등원할 때마다 울며불며 다리를 잡고 떨어지지 않았다. 아이가 윗집언니가 다니는 유치원에 같이 다니고 싶다고 해서 유치원을 옮겼는데도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일까지 그만 뒀는데 이렇게 유치원을 계속 보내야 하는지 고민되었다.
집에서 데리고 있으면서 아이가 원하는 것을 해주면 결핍되었던 것이 충족되어, 언젠가는 유치원이나 학교에 가고 싶다고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제일 하고 싶었던 것은 아파트 뒤에 연결되어 있는 공원으로 소풍을 가는 것이었다. 아이와 함께 김밥을 싸서 돗자리를 챙겨 소풍을 나갔다. 다음날은 좋아하는 인형들과 소꿉놀이 장난감을 가지고 소풍가고, 빵을 싸서 소풍가고.. 매일매일 공원으로 소풍을 나갔다. 아이가 원하는 것은 비싸고 어려운 것들이 아닌 소소한 엄마와의 소꿉놀이와 소풍이었던 것 같았다. 3개월을 그렇게 아이와 매일 공원으로 소풍을 갔다.
그러던 어느날 공원에 나들이를 나온 유치원 아이들을 보았다. 아이는 선생님과 친구들이 함께 나들이 나온 모습을 한참 쳐다보았다. 아이가 이제 유치원에 다시 다니고 싶다고 이야기 했다. 이제 때가 된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