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아 힘들었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by Aunty Bo

청소년 문화해설사 과정을 시작하면서, 아이의 공부량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졌다. 처음에는 의욕적으로 임하던 아이가 어느 순간부터 지쳐 보이기 시작했다. 자주 머리가 아프다고 했고, ‘머리에 구름이 낀 것처럼 맑지가 않다’는 말도 했다.


혹시 너무 무리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었지만, 사춘기의 시작이라는 생각에 스스로를 달랬다. 호르몬의 변화로 예민해지고, 피로를 더 느낄 수도 있다고 들었기에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점점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아이는 무언가를 생각하기보다, 들어오는 정보를 밀어내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귀를 막은 채 세상을 지나치는 것 같았다.


얼마 후, 학교에서 받은 건강검진에서 한쪽 시력이 1.0, 다른 한쪽은 0.5라는 결과가 나왔다. 예전 안과 검사에서 약간의 사시가 있지만 경과를 지켜보자고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갑작스럽게 시력이 나빠지고, 어지럽고 머리가 아프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혹시 이 모든 것이 시력 때문은 아닐까 싶어졌다. 마침 시험이 끝나고 마지막 파이널만 남아 있는 시기. 아이 하교 시간에 맞춰 안과를 찾았다.


기본 검사 외에 근시와 사시 진행 여부를 확인하는 정밀 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가까운 것을 볼 때 사시가 조금 더 악화되었고, 시력도 저하된 상태였다. 수술이 필요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눈 근육을 단련시키는 ‘안 운동’이 도움이 된다고 했다. 안경 처방도 받았다. 드림렌즈는 검사와 피팅을 하는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당장 구입이 어려웠고, 일단은 안경부터 맞추기로 했다.


안경테를 고르는 순간, 첫째 아이의 얼굴에 오랜만에 웃음이 번졌다. 마침 아이 마음에 쏙 드는 프레임을 찾았고, 안경을 착용하자마자 "세상이 너무 잘 보여!"며 환하게 웃었다. 진작 해줬어야 했다. 불편했을 텐데, 더 일찍 알아차리지 못한 내가 미안했다.


그날 저녁, 아이는 컴퓨터를 보면서도 눈이 하나도 아프지 않다고 했다. 표정이 훨씬 밝아졌고, 나는 마음 한켠이 가벼워졌다. 생각해 보면, 그동안의 부딪힘은 어쩌면 내가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 한다’는 생각에 갇혀 아이의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던 탓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문제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졌다.


둘째 아이였다. 언니가 안경을 쓰는 모습을 보더니 "언니는 좋겠다"며 자기도 써보고 싶다며 안경테를 이리저리 바꿔 써보았다. 처음엔 귀엽게 넘겼다. 굳이 안경테만 사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서도 심술을 부렸다. “언니도, 엄마도, 아빠도 다 안경 있는데 나만 없어. 나 안 태어났으면 좋았을 텐데.”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아이에게 말했다. "안경이 갖고 싶었던 건 이해해. 그런데 그렇게 말하면 엄마는 너무 속상하고 슬퍼."

그래도 아이는 멈추지 않았다. 언니를 향해 "안경 쓰고 내 앞에 나오지 마"라고 말하더니, 자기 방에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했다.


잠들기 전, 다시 물었다. “엄마, 진짜 안경테 안 사줄 거야?”

나는 말했다. "심술부리지 않고, 갖고 싶은 마음을 제대로 표현했다면 엄마도 생각해 볼 수 있었을 거야. 하지만 오늘처럼 행동한 건 안 돼."


그 말을 들은 아이는 고개를 푹 숙이고, 조용히 말했다.
"내가 잘못했어. 다시 안 그럴게. 안경테 너무 가지고 싶어. 사주시면 안 돼요?"


둘째 아이는 참 집요하다. 무언가 갖고 싶으면 며칠이고, 때론 몇 달이고 기다려서라도 다시 이야기한다. 그렇게까지 집요하면, 뭐든 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두 아이를 키우는 일은 때때로 벅차다. 하나가 괜찮아지면 또 다른 하나가 문제를 일으키고, 해결했다 싶으면 또 다른 갈등이 피어난다. 끝없이 반복되는 이 루프 속에서 지칠 때도 있다.


하지만 때때로, 둘째 아이가 접은 색종이 하트카드 한 장에 적힌 "엄마, 사랑해요. 키워줘서 감사해요"라는 문장을 보면 마음이 사르르 녹는다. 첫째 아이가 어릴 땐 그랬다. 이제는 사춘기에 들어서며 더 이상 그런 말은 하지 않지만, 자주 “엄마, 안아줘”라고 말하는 순간이 있다. 이제는 둘째 아이가 사랑을 마음껏 표현하는 시기인 가보다.


첫째는 말없이 안아달라고 하고,

둘째는 하트카드에 사랑을 가득 담아내고,

그렇게 하루가 흘러간다.


아이들을 키운다는 건, 이런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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