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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정 Feb 15. 2017

첫 끗발이 개 끗발

주식초보자가 자주 범하는 실수

첫 끗발이 개 끗발 

지난 설. 가족들끼리 모여 화투판을 벌인다. 말 그대로 재미 삼아. 아이스크림 내기 정도다. 

하지만 승패가 달린 만큼 열기는 뜨겁다. 

각본 없는 드라마=스포츠=고스톱=주식

이런 공식은 이번에도 확인됐다. 

3피, 2피, 이런 보너스 화투장을 아무리 들고 있어도 이기리란 보장은 없다. 오히려 초반에 이런 횡재는 용두사미로 끝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어제도 오후 4시 주식진단 프로그램에 전화한 투자자는 이렇게 말했다. 

아니 내가... 재작년에 화장품주를 샀다가 수익을 내서 조금 더 벌어볼까 하는 생각에 좀 더 투자를 했다가 이렇게 반토막이 났잖소

레퍼토리는 비슷하다. 늘 시작은 "아니 내가~"라며 사연은 입을 뗀다.

처음엔 다 재미였단다. 

작은 돈으로 짜장면 값, 탕수육 값 벌어서 점심 메뉴가 호화로워지고, 나중엔 차를 바꿀까? 집을 바꿀까? 부푼 꿈에 판 돈은 커지고.. 결국엔 전세가 월세가 되기도 한다. 

한 두 명의 경우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신기하게도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이런 전처를 밟는다. 

왜!!

답은 인간이니까.

심리다. 


100만 원 투자할 때는 

100만 원이 50만 원이 돼도 그러려니...

100만 원이 110만 원이 되면 '에이~10만 원으로 뭐하나. 조금만 더 기다려볼까?'

 이러다 보면 120만 원, 130만 원 여유롭게 수익이 늘어난다. 

손실을 낼 경우, 100만 원이 90만 원이 됐다. '10만 원 떡 사 먹었다 생각하지 뭐'

70만 원이 되면 '팔까? 딴 거 아는 것도 없는데 뭐'

50만 원. '그냥 두자. 남은 50만 원 건져봐야 삼성전자 한 주도 못 사는데'


그러다 1년 지나고 2년 지나고. 반의 반토막까지 갔던 주식은 어느덧 슬슬 복구돼 간다. 

수익에도 손실에도 의연할 수 있다. 


1억 원을 투자할 때는

1억이 1억 1000만 원이 됐다. 똑같은 10% 수익이지만 1000만 원이면 모닝도 살 수 있다. 

주변 분위기도 그렇고 으쌰 으쌰 하면 좀 더 용기를 내서 '고'를 외친다. 

수익이 2000만 원이 됐다. 아반떼도 살 수 있다. 자동차 배기량이 달라진다. 

일정 부분 수익을 실현하고 싶은 마음도 커진다. 

1억 5000만 원. 수익률 50%까지 끌고 갈 배짱이 있는 주식초보자는 그다지 많지 않다. 

화투판. 원 고. 투 고는 많이 나오지만 갑절이 되는 쓰리고는 별로 없듯. 

손실이 났을 때도 소심해진다. 

1억 원이 9000만 원이 됐다. 100,000,000 '0' 여덟 개에서 아홉 개로 줄었다. 

뭔가 짧아 보인다. 10% 손실이지만 굉장히 없어진 것 같다. 

8000만 원이 됐다. 차 한 대가 날아간 것이다. 

5000만 원. 반토막이다. 

'이거라도 챙기면 5000만 원으로 작은 종목 투자해 2배 만들면 본전 되니까 일단 팔자'

그리고는 하루에 위아래 60% 움직이는 들어본 적도 없는 작은 회사들을 기웃거린다. 

이때는 재무제표, 뉴스 이런 것은 눈에 안 들어온다. 

다만 귀가 쫑긋 해진다. "이게 다음 달 터질 계약이 있다는데~"


100만 원이 200만 원이 되는 것과 1억 원이 2억 원이 되는 것은 산술적으론 동일하다. 

모든 조건이 같다면 가능하다. 머리론 가능하다

실제로는 다르다. 

이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여기서 투자자가 간과한 것은 바로 당신!! 그때의 당신과 지금의 당신은 다르다.   

개인적 경제 상황에 따라 규모는 다르겠지만 

100만 원 투자했을 때와 1억 원 투자했을 때의 마음가짐은 당연히 다르다.

뜻밖의 횡재는 독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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