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과 투자자-그와 그녀의 사정
주식시장에서 사기꾼과 전문가는 종이 한 장 차이다. 기준은 내게 돈을 벌어주느냐 아니냐다.
말인즉슨 투자자에 따라 한 개인을 사기꾼으로 정의하기도, 전문가로 보기도 한다.
마치 연애를 하는 남녀가 한 가지 상황을 다르게 기억하듯. 그와 그녀의 사정처럼.
1부 - 투자자의 변
제가 바닥에서 추천해서 200% 급등했습니다! 제 번호는요~
경제방송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고다.
경제방송에 출연하는 자칭 주식 전문가들이 방송에서 추천한 종목이 급등했다는 것이다.
'날 따라 해 봐요. 이렇게!'
혹할 수도 있다.
전화해서 그 사람의 회원번호를 누르고 10초당 정보이용료는 점점 쌓여가고 막상 들어보면 뻔한 종목.
밀려오는 허무함.
A씨는 방송에서 '개나리'라는 종목을 열심히 밀었다.
개나리는 10,000원하다가 11,500원까지 살짝 오르는가 싶더니 9000원까지 빠졌다.
더 사란다. 참으란다.
이후 반토막인 5000원이 될 때까지 몇 개월 동안 방송에 얼굴은 내밀지만 이 종목은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그러다 1년 반이 지나고 개나리는 5000원에서 10000원까지 100% 오른다.
그러면 그때부터 A씨는 방송에서 언급한 이후 100% 올랐다며 대대적으로 홍보를 한다.
사실상 1년 반 만에 제자리 수준으로 돌아온 것이다.
물가 상승률과 기회비용 등을 따지면 아직 마이너스다. 주식이 상장된 상태를 유지하는 한 시세는 계속 바뀐다. 얼마를 말하든 터무니없는 가격이 아니라면 1년이든 2년이든 한 번은 온다.
잘 들어맞는 타이밍에 말하면 된다.
지금은 전문가고 그때는 사기꾼이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2부 - 전문가의 변
투기가 아닌 진정한 투자를 지향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 사람들은 몇 날 며칠을 재무제표를 분석하고, 발품 팔아 회사를 방문하면서 공부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내용을 궁금해하지 않는다. 시청자나 투자자들의 질문은 대체로 비슷하다.
1. 얼마에 팔까요?
2. 얼마나 걸릴까요?
3. (손실 난 경우) 더 살까요?
최대한 정성 들여 이 종목은 이렇고, 저렇고 합리적이고 탄탄한 결론을 도출하려고 공들여 설명했는데
"그래서 얼마까지 갈까요?"
이런 질문이 나오면 맥이 빠진다.
보통 전문가들이 목표가를 제시할 때는 그만한 근거들이 있다.
밸류에이션, 즉 버는 돈만큼 이 기업의 가치를 인정받아 거래되고 있는가. 이런 것부터
차트, 업황 분석 등등 원인과 결과는 다 다르지만 적어도 인과관계는 가지고 있다.
이런 결론이 날 수밖에 없다는, 누구도 반박 못할 설득력 있는 근거를 만들고자 한다.
거저 되는 것은 아니다. 자료수집, 업계 관계자도 만나고 엑셀을 만들고, 재무제표를 파고 또 파고.
이런 과정을 거쳐 결과를 만든다.
그런데 시청자들은 그 과정은 뒷전이고 결과만 들으려 하니 맥이 빠진다.
그리고는 주변에 이렇게 말한다.
00전문가가 사래서 샀는데 그 말만 듣고 샀다가 반토막이 났어요.
되묻고 싶다. 그 전문가가 사라고 한 이유는요? 뭐가 좋다던가요? 뭐하는 회사래요? 등등
보통 시청자들은 처음 방송에 노출되면 의심을 한다. 섣불리 사지 않는다.
그러다 시세를 내기 시작하면 '진짜인가보다!'하면서 그제야 매수를 한다.
그러면 시세가 꺾이면서 손실을 본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종목 선정보다 매수와 매도 타이밍이 더 중요하다.
주식 전문가들에게 '6개월 안에 2만 원 간다'는 식의 답변을 강요할 수는 없다.
그것은 그야말로 신의 영역.
그것 봐! 내가 뭐랬어! 내 말이 맞지?라는 전문가는 경계하시길
대뜸 언제 얼마까지 갈 거냐고 묻는 투자자에게는 굳이 공들여 설명하지 마시길.
사기꾼이 아닌 전문가와 투기꾼이 아닌 투자자가 만나야 수익이라는 결실을 맺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