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로 배우는 주식
야구는 알고 주식은 모르는 사람, 주식은 아는데 야구를 모르는 사람.
이 글을 읽는다면 적어도 느낌적인 느낌은 가질 수 있다.
아무 공에나 스윙하지 마라
야구 서적 ‘타격의 과학’에 나오는 말이다.
주식시장에서는 워런버핏이 인용하며 유명해졌다.
스트라이크 존을 야구공 크기의 77개 구역으로 나누었고
자신의 최적 구역으로 들어오는 공을 쳐야만 4할 타율을 올리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스트라이크존 이내라 하더라도 최악 구역의 공은 0.230의 타율밖에 올릴 수 없었다.
좋은 공을 고르지 않고 아무 공에나 스윙한다면 마이너리그로 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공을 치려면 칠 수 있는 공을 고르고 골라야 하는 것처럼,
수익을 내려면 가능성 있는 종목을 매의 눈으로 골라내야 한다.
괜한 공에 헛스윙했다 점수만 깎아먹을 수 있다.
밑져야 본전 아니라 밑지는 건 밑지는 거다.
주식시장에는 삼진이 없다
이 말도 워런버핏이 한 말이다. 자칫 앞에 나온 말과 상충되는 내용 같다.
삼진이 없으니 마음껏 쳐도 아웃될 일 없다.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으나 그렇다면 당신은 하수!
야구에서는 가만있으면 삼진 아웃되기 십상이다. 하지만 주식에선 이것보단 낫다.
제대로 된 공이라도 내가 준비가 안돼 있다면 보내도 된다. 삼진 아웃은 없으니.
다만 쳤을 때는 득점을 해야 한다. 배트를 휘두른 순간 성과를 내지 못하면 마이너스가 된다.
방망이를 짧게 잡아라.
홈런 같은 드라마틱한 한방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출루가 목적이라면 방망이를 짧게 잡게 된다.
이를 주식에 적용하면 목표수익률을 낮게 잡고 대박 종목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수익을 쌓아가는 전략을 말한다.
방향성 없는 시장이나 주가 상황이 연출될 때 전략으로 이런 표현이 많이 나온다.
마지막으로 주식과 야구의 평행이론(?) 한 가지를 소개한다.
이는 지난 1월 16일 삼성증권 리포트 '성과에 사서 평가에 팔아라'에서 발췌했음을 밝혀둔다.
이승엽, 홈런킹이 연봉킹이 되기까지
이승엽 선수가 당대 최고의 성과를 낸 시기는 1999년으로, 전년도 홈런왕 우즈 선수와 치열한 경합을 벌이며 KBO 최초로 50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한 바 있다(최종 54개).
그러나 ‘홈런킹’ 이승엽 선수가 KBO 전체 ‘연봉킹’에 오른 시기는 그로부터 4년이 지난 2003년이다.
프로야구에서 홈런이나 승수, WAR(대체선수승리기여도)와 같은 기록이 성과(成果) 라면,
연봉은 곧 그 선수에 대한 평가(評價)다.
비록 특정 선수가 한 해 최고의 성과를 내더라도 구단은 곧바로 최고의 평가로 보상해주지 않는다.
해당 선수가 다년간에 걸쳐 20 홈런, 10승 이상의 꾸준한 퍼포먼스를 보여줄 때 비로소 그 선수는 ‘특급 선수’로 평가받고 큰 폭의 연봉 상승이라는 열매를 거두게 되는 것이 시장의 이치다.
즉, 평가는 대부분 성과에 후행한다.
코스피지수도 이승엽 선수와 같은 ‘홈런’을 친 시기가 있었는데, 바로 순이익 50조 원을 달성한 2004년이다.
그러나 이런 성과를 낸 코스피가 ‘1000조 시장’이라는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까지 대략 4년여의 시간이 더 필요했다. 수 십 년 동안 쌓인 ‘지수 1천 포인트 근방에서는 파는 것이 옳다’라는 경험적인 우려를 극복하는 시간,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식이 바뀌고 자금을 투입하기까지의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최고의 성과, 이후에는 꾸준함만 보여주면 된다.
주식시장의 최고 미덕이 성장이라고 하지만, 최고의 성과를 낸 이후에 필요한 것은‘꾸준함’ 정도면 충분하다. 1999년 당시의 기록이 워낙 엄청났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이후 연봉이 수직 상승하는 동안 이승엽 선수의 홈런 기록은 제자리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것으로 충분했다. 프로야구 시장이 그에게 요구한 것은 홈런 100개가 아닌 ‘매년 홈런 30개 이상은 칠 수 있는 꾸준함’이었기 때문이다.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파는 것은 적어도 기업 실적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오히려 성과가 나오기 시작할 때 주식을 사서, 합당한 평가를 받게 되었을 때 주식을 파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