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가트맨(John M. Gottman)은 감정(emotion)에 초점을 둔 부부와 부모자녀 관계 연구를 하고, 부부상담과 결혼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전문가다. 그는 시애틀 애정연구소에서 부부들을 대상으로 임상 전문가들과 성공적인 결혼생활에 대한 연구를 기반으로 한 워크숍을 진행하여 인기를 얻었다. 그는 미국 워싱턴 대학교의 심리학 명예 교수로 국내에도 여러 저서들이 소개되었을 정도다.
그의 저서『행복한 부부, 이혼하는 부부』에서 말하는 행복한 부모와 이혼하는 부부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그는 헤어지는 두 사람을 예측할 수 있을 정도라고 말한다. 부부의 대화나 상호작용을 분석한 연구 결과에 따른 것이다.
그에 따르면,
멀지 않아 헤어질 것으로 예측하는 부부의 말다툼에서 단서를 찾았다.
첫번째 신호는
상대를 향해서 하는 좋지 않은 첫마디다. 비난과 빈정거림이 담긴 말이 게속되면 대화가 다른 방향으로 흐른다.
두번째 신호는
비난, 모욕(경멸), 자기변호(방어), 도피(회피)와 같은 것으로 부부관계에 치명적인 상처라고까지 표현했다.
1. 비난(Criticism)
비난은 불만을 표현하는 것과 다르다. 불만은 자신의 기대에 어긋난 것을 말하는 것이지만 비난은 그 이상으로 상대방의 성격이나 인격에 대한 부정적인 단어를 수반한다. 예를 들면, 약속한 청소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배우자에게 "청소하기로 약속했잖아요."는 불만의 표현이다. 그러나 "내가 대신 청소를 해야 한다니 지긋지긋해. 무책임한 사람이군"과 같은 것은 비난이다. 즉, 기대에 벗어난 행동이 아닌 인격 자체를 공격하는 말이다.
2. 모욕(Contempt)
상대방이 다시 생각할 마음을 빼앗고 두 사람의 거리를 더욱 멀어지게 만드는 것으로 부부관계에 맹독으로 작용한다. 상대방이 싫어하는 이름을 부르거나 시선을 돌리며 무시, 조소 비아냥, 비웃음 같은 것이다. 즉, 말투, 표정, 태도에서 상대방을 깔보거나 조롱하는 것으로 이혼을 예측하는데 결정적인 요소라고 볼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세차하는 비용을 쓰는 것에 대한 불만을가진 배우자가 상대방에게 "내가 자동차 할부금을 지불하려고 얼마나 고생하는지 알아. 알면서도 직접 하지 않고 돈을 주고 세차를 한다고. 너무 염치 없는 것 아냐?"와 같은 식이다. 금전 감각이 서로 다른 것을 지적하면서 성품이 문제가 있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 이런 말은 상대방이 도발하도록 해 혐오감을 품게 한다.
3. 자기변호(Defensiveness)
상대방의 지적이나 비판에 대해 변명, 책임 회피로 대응하는 것이다. 자기변호로 시종일관하는 것은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변명이나 핑계는 상대방을 비난하는 것과 연결되어 있어 부부 관계를 파괴하는 요소가 된다. 이는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심리적 방어기제라고 보이지만 상대방과의 대화를 더 악화시킨다.
예를 들면, 약속을 지키지 못할까봐 미리 말해달라고 하는 배우자에게 "왜 항상 잊어버리는 거야?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메모하면 되잖아."라는 말을 들었다. 인정하면 될 일인데 말꼬리를 잡듯이 "항상 그러지는 않았어. 항상 메모할 수는 없잖아."와 같은 반응이다. 결국 두 사람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고 말다툼이 되풀이된다.
4. 도피(Stonewalling)
도피는 회피반응 혹은 담쌓기라고 보이는 행동으로 갈등 상황에서 주로 물리적, 정서적 거리두리에 해당한다. 상대방의 시선을 피하고 아무 대답 없이 침묵하거나 다른 일로 대체하여 대화 자체를 차단하는 형태다.
대화하기를 피하는 것은 문제 해결을 하지 않는 것으로 결혼생활 자체를 피하는 것과 같다. 전형적인 대화에선 상대방이 이야기를 하면 눈을 응시하면서 진지하게 잘 듣고 있다는 것을 표현해 주어야 한다.
예를 들면, 고개를 끄덕이거나 맞장구를 쳐주는 것이다. 그러나 도피는 상대방이 보내는 메시지에 반응하지 않는다. 즉, 수신에도 발신하지 않아 상대방으로 하여금 부정적인 감정으로 치닫게 한다. 부부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위험 요인이지만 남편 쪽이 확률이 더 높다. 가트맨에 의하면, 남성과 여성의 생물학적 차이로 이 부분을 설명하고 있다. 진화 과정에서 살아 남은 남녀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인류학으로 접근했다.
여성은 대부분 젖먹이를 키우는 엄마 역할을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 관리에 남성 보다 유연하다. 이는 스트레스에 따라 젖의 양이 달라 아이의 생존율을 위해 가능하다면 더 빨리 이완을 선택해 문제를 해결해 온 것이 영향을 준 것이다.
여성과 반대로 남성은 주로 협동을 통한 사냥과 수렵 활동에 능숙해야 생존했다. 맹수로부터 공격받을 것에 대비하여 항상 주위를 살피고 유사시에 아드레날린을 방출하여 흥분 상태를 지속시켜 생존에 유리한 선택을 했다. 여성보다 남성이 스트레스에 강하게 반응하는 반면 진정 속도는 느리고 맥박이 빨라지고 혈압도 상승한다는 연구 결과까지 있다고 전한다.
결과적으로 부부싸움이 일어나면 남편이 아내보다 더 쉽게 흥분하고 상대방에 대해 더 부정적인 사고를 많이 한다. 물론 개인차는 있으나 여성은 어떻게든 해결점을 찾으려고 남편보다 더 애쓴다.
이혼에 이르는 부부간의 과정을 살펴보면 관계 개선을 위한 몸과 마음 모두에서 실질적인 교류가 사라진다. 즉, 되돌릴 만한 힘을 찾기 어려워지면 결국 이혼한다. 이런 부부들은 두 사람의 갈등을 다른 사람의 일처럼 대한다. 이것이 어쩌면 근본적인 해결점을 찾지 못하는 원인일 수 있다. 즉, 관계를 부정하는 단계를 거쳐 결국 헤어진다.
1단계 : 결혼생활은 괴로운 것이라 생각한다.
2단계 : 대화가 무의식하다고 느끼고 혼자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3단계 : 물리적, 정신적 벌거 생활을 시작한다.
4단계 : 외로움에 시달린다.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면서도 부부간의 이견을 좁히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을 되풀이하기 때문에 구제방법이 없다. 그러나 가트맨과 부부상담자들에 따르면, 부부들은 서로 다른 의견을 인정하고 위에서 언급한 위험 요인에 지배되지 않고 해결책을 시도하길 권한다.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다고 느끼면 혼자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대부분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을 권고한다.
그들의 연구에 따르면, 원만한 부부 생활의 비결은 비록 의견 차이가 있더라도 일상생활에서 서로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중요한 열쇠라고 표현했다. 이들이 전하는 지침서에서도 이상적인 결혼 관계는 마치 의사와 환자처럼 안심하고 부부가 무엇이든 진실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나갈 때 생긴다고 밝혔다. 의사 앞에서 병을 숨기는 환자는 없을 것이다. 즉, 두 사람이 무조건적으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훈련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런 환경을 만드는 것은 간단하지 않다.
가트맨이 만난 부부들의 상당수는 원만한 부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치료를 받는다. 정신과 치료나 심리상담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니지만 부부관계 개선에 상당한 도움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부부들은 함께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