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 부부 갈등을 줄이려면

시집가면 죽어서라도 시댁 귀신이 되어야 한다는 말의 모순

by 오로라

곧 추석 연휴가 시작된다.

시대가 변해가고 있지만, 명절이면 대부분 결혼한 사람들은 시댁부터 가는 것을 관행처럼 여긴다. 이 문제로 이번 명절에도 갈등을 빚는 부부가 있을까 염려된다. 불균형한 관계로 생긴 문제다.




여자는 ‘시집가면 죽어서라도 그 집 귀신이 되어야 한다’라는 옛말이 있는데 여성의 혼인과 정체성을 특정 시댁이란 집안에 종속시키는 전통적 관념이다. 그러나 이 말은 심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여러 가지 모순과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살펴보자.


첫째, 정체성 상실의 모순

심리학에서는 인간의 건강한 발달을 ‘자기 정체성(Identity)’의 확립으로 설명한다. 하지만 이 옛말은 여성이 결혼 전 원가족과의 관계를 지속하는 독립적인 주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시댁 일부가 되어야 한다고 강요하는 듯 보인다. 이는 자아 개별성을 무시하고, 자기 존재를 시댁 안에서만 인정받게 하는 정체성 침해의 모순을 낳는다.


둘째, 애착 관계의 왜곡

보울비의 애착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애정을 통한 안정적인 소속감을 추구하기에 애착 형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이 말은 여성이 결혼했다는 이유로 원가족과의 애착을 단절하고, 시댁과의 동일시를 죽어서라도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친정 부모와의 자연스러운 애착 관계의 균형을 깨뜨리는 일이다. 여성에게 친정과 시댁이란 양가적 충성심 갈등을 느끼게 하여 심리적 부담을 준다.


셋째, 개인의 욕구와 사회적 역할의 불일치

심리학자 매슬로우의 욕구 이론으로 보면, 인간은 자아실현 욕구를 향해 점진적으로 성장한다. 이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인데도 이 말은 오히려 개인의 욕구를 억압하고 역할 동일시만 강요하고 있다. 즉, 개인의 정체성보단 며느리 역할만 인정받으라는 메시지처럼 들린다. 결국 자아실현 욕구는 좌절되고 시댁에 종속되어 친정으로 향한 자연스러운 마음을 접게 하여 무기력과 우울감을 느끼게 한다.


넷째, 죽음 이후까지 강요되는 내적 억압

귀신이 되어서라도 시댁 사람으로 남아야 한다는 표현은 과장된 충성을 단순히 의미하지 않는다. 심리적으로는 자기 존재의 영속성을 결박하는 부정적인 말이다. 즉, 무의식 속에서도 끝까지 개인의 자유를 주지 않는 상태인 내적 억압을 강화하는 표현이다.


이런 옛말을 공개적으로 쓰진 않지만, 명절처럼 가족들이 모이는 상황이면 전통적인 가부장적 문화로 비슷한 경험을 하는 여성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런 모순은 여성을 독립된 인격체로 보지 않고, 시댁 중심의 특정 집단에 소속된 역할로만 규정하는 데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심리학적으로 이런 말은 여성 개인의 정체성 상실, 애착 왜곡, 자아실현 욕구의 억압, 내적 억압이라는 문제를 낳아 건강한 자기 성장과 인간 발달의 과업 완성에 부정적이다.




따라서 옛말이 만든 불균형을 줄이고, 시댁과 친정의 평등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큰 틀에서 3가지 정도 대안을 찾아보자.


첫째, 양가의 관계 속에서 경계를 반드시 설정

부부가 한쪽 집안에만 치우치지 않도록 명확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 예를 들면, 명절에는 양가를 방문하는 순서를 미리 정하거나 어렵다면 교차로 찾아간다. 경제적 지원 역시 시댁과 친정 모두 같게 한다. 순서와 상황은 부부가 협의하여 우선순위에 따라 조율한다. 이는 가족 체계 이론에서 말하는 균형 있는 경계를 만들어, 부부 갈등을 줄이는 길이다.


둘째, 부부 중심의 의사결정

친정이나 시댁의 부모와 형제자매보다 부부가 먼저 한 팀이라는 인식을 강화해야 한다. 양가에 해야 할 의무나 역할을 정할 때 부부가 먼저 합의한 뒤, 같은 입장에서 전달해야 어느 한쪽이 서운할 여지가 줄어든다. 불필요한 갈등 상황을 예방하는 것으로 남편은 처가, 아내는 시댁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삼각관계를 회피할 수 있는 전략이다.


셋째, 균형 잡힌 의례와 정서적 교류

결혼하면 명절, 생일, 기념일 등을 시댁이나 친정 모두에게 공평하게 챙겨야 하지만 부부의 가치관에 따라 쏠림이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적은 노력으로 이런 문제는 얼마든지 해결이 가능하다. 서로 합의가 되었다면 의례적인 일은 생략하거나 간소화해도 된다. 때마다 방문하는 것이 어렵다면 영상 통화, 선물, 문자나 메시지로 대체할 수 있다. 양쪽 부모님의 생일은 형제가 있다면 회비를 모아 공평하게 지급해도 된다. 이는 공정성 인식을 강화해 양쪽 모두 존중받는다고 느끼게 하여 정서적 안정감을 준다.




결론적으로 시댁과 친정에서 부부가 평등하다고 느껴야만 결혼생활을 원만하게 유지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명확한 경계 설정, 부부 중심의 의사결정, 정서적 균형 유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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