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이혼은 없다

이혼은 더 행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불행하지 않기 위한 선택이다

by 오로라

전체 이혼율과 황혼 이혼의 증가에 관한 기사를 최근 더 자주 접하고 있다. 기대수명의 연장으로 부부가 함께 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중년 이후 각자 추구하는 삶을 향해 이혼도 하나의 선택이 되고 있다. 어떤 식의 이혼이라도 대안이지 최고의 선택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아름다운 이혼은 없다”라는 말도 있나 보다. 이는 이혼이라는 사건이 본질적으로 배우자와의 상실과 단절의 경험이라는 점을 강조한 표현으로 생각된다. 부부와 부모자녀에서 새로운 변화를 초래하는 이혼에 대해 심리학적 관점으로 살펴보자.




우선 이혼이 부부에게 미치는 심리적 영향을 알아보자.


첫째, 상실감으로 생기는 애도 과정

결혼 생활을 정리하는 이혼은 단순한 ‘계약 종료’가 아니다. 결혼으로 생긴 부부의 정체성과 함께 한 추억의 시간, 서로에 대한 사랑과 기대했던 마음까지 함께 정리되어야 한다. 성인기에 만난 배우자는 주요한 애착 대상이다. 그래서 이혼에 따른 단절은 상실 반응을 유발한다. 당연히 슬픔과 우울을 느낀다. 상대가 외도나 폭력 등 유책임자일 경우, 분노와 불안을 유발한다. 이혼으로 생기는 슬픔에 대한 애도 과정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


둘째, 죄책감과 자기 비난

이혼 과정과 이후 자기 비난이 따라 올 수 있다. 조금만 더 노력했거나 참으면 이혼하지 않았을 것인가에 대한 자문으로 자책할 수 있다. 스스로 실패한 사람처럼 느껴질 때면 자기 비난으로 괴로워한다. 특히, 이혼자라는 사회적 낙인이 있는 문화에서는 수치심자기 가치감 저하가 심해질 수 있다. 불필요한 죄책감으로 이혼을 망설이거나 이혼 사실을 숨기는 현상을 낳는다.


셋째, 해방감과 불안의 공존

불편하고 억압적인 부부관계였다면 이혼으로 벗어날 수 있어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배우자가 책임진 금전 관리로 생기는 경제적 불안이나 가족 관계의 재구성에 따른 부담이 함께 올 수 있다. 이혼 후 혼자 살수도 있지만, 일부는 원래 가족관계 속에서 생활하는 것을 선택한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불안으로 불편을 초래하며 모순된 감정에서 오는 심리적 소진(burnout)을 경험할 수 있다.




이혼하면 자녀에게 미치는 심리적 영향도 불가피하다. 부부 못지않게 자녀들도 부모의 이혼은 어쩔 수 없이 부정적 정서를 초래한다. 그렇다고 이혼하지 않을 수는 없다면 자녀의 심리상태라도 정확하게 이해해보자.


첫째, 안정적인 애착의 흔들림

자녀는 부모를 통해 세상에 대한 안정감과 신뢰를 배우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혼은 그 기반을 흔드는 일이다. 특히, 이혼 과정에서 부모가 서로를 향해 비난하는 경우, 자녀는 어느 편에도 속할 수 없는 양가감정으로 혼란을 겪는다. 부모에 대한 사랑과 미움의 감정이 혼재한 상태에서 이혼 후 누구와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현실로 다가오기 때문에 불안정해진다.


둘째, 왜곡된 자기 책임감

부모가 이혼을 생각하면 어린 자녀일수록 혹시라도 자신이 무언가 잘못해서 부모가 싸우고 이혼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과잉책임감이다. 이는 성인이 된 이후에도 이혼의 책임이 마치 자기에게도 있는 것 같아 자기비난 성향이나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부모는 이혼을 결정하더라도 자녀의 책임이 아니며 부부간 문제로 부모 역할은 지속된다는 사실을 자녀에게 잘 설명해줘야 한다.


셋째, 부모자녀관계 모델의 왜곡

부모의 모습을 통해 자녀들은 첫 번째 부부와 부모자녀관계의 모델로 인식한다. 하지만 이혼에 이를 정도로 부부 갈등과 단절을 목격한 아이들은 사랑해도 이혼이라는 상처로 끝날 수 있다는 생각에 부정적인 부부와 부모에 대한 내면 모델을 형성할 수 있다. 때때로 이런 경험이 성인기 연애나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




결국, “아름다운 이혼”은 없는 것이다. 차라리 이혼을 결정했다면 현실적으로 이해하도록 서로에게 최소한의 상처로 마무리하는 편이 낫다. 가능하다면 협의 이혼이 좋고, 불가피하다면 재판 이혼을 하더라도 조정으로 끝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미 깨진 부부관계를 어느 한쪽에서 붙잡는다고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이혼은 이후 시간을 행복하게 보내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더 불행해지지 않기 위해서 선택하는 최소한의 결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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