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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 고양이 Mar 28. 2023

작은 나의 우주 2

벌써 이별 

나는 까미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취미가 생겼다. 

잘 때도 먹는 입도 넋을 놓고 보고 있으면 

남편은  “그렇게 이뻐?”

까미 좋은 점은 다 나 닮았고 나쁜 점은 다 남편 닮은 것 같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프겠다는 말이 무슨 말인가 싶었는데 그 말이 딱이다.      

사랑하는 만큼 사랑만 줬으면 좋았을 텐데 우리는 실수도 참 많았다. 


긴장하면 쉬를 자주 하는 걸 알기 전에는 

차만 타면 낑낑대며 우는 까미에게 

“네가 같이 가자고 하고선 또 왜 그러는데? 간식 줘? 아빠한테 갈래? 

"뭔데? 쉬 마려워?” 

간절히 알아듣기를 바라는 까미 눈빛을 보지만 나는 짜증 섞인 말만 쏟아낸다. 

“아까 집에서 많이 쌌잖아. 또 싸게?”하며 핀잔을 준다. 

고속도로에서 이럴 땐 정말 난처했다.     

 

이제는 제법 경력이 쌓여 목이 마른 지, 간식 달라는 건지, 잠투정인지 

소리나 눈빛으로 알아채며 우쭐대기까지 한다. 

목욕을 좋아하는 까미에게 “목욕할까?” 하면 욕실로 달려가 욕조에 넣어달라고 낑낑대고

빗질을 좋아해 빗만 꺼내도 내 앞에 와서 앉는다. 

신랑이 퇴근하면 초인종을 누리기 전, 벌써 알아채고 제자리를 빙글빙글 돌며 반가운 짖음을 시작한다. 

그렇게 서로에게 익숙해져 갈 즈음.      


어느 여름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는 설거지하는 동안 남편에게 까미와 산책 좀 갔다 오라고 부탁했다. 

이상하게 한참 시간이 지났지만 남편과 까미는 돌아오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나 싶어 전화를 해보려 했더니 남편의 전화기는 집에 있었다. 

슬슬 신경이 쓰이다가 이제 본격적인 걱정이 됐다. 

‘나가봐야 하나.’


그러고 몇 분 뒤, 하얗게 질린 남편이 잔뜩 풀 죽은 표정의 까미를 안고 들어왔다. 

“왜 이렇게 늦어? 어? 핸드폰은 왜 안 가져가?” 

걱정은 화로 바뀌었다. 

신랑은 입이 바싹 말라 말도 못 하고 서 있었다. 

까미를 봤더니 억울한 표정이다. 

“무슨 일 있었어?” 

상황을 듣고 나는 기절할 뻔했다. 

까미는 원체 겁이 많아서 밖에 나가도 급한 배변이 끝나면 금세 안아달라고 우리 발 앞에 앉아버린다. 

이 상황을 잘 아는 남편은 가끔 귀찮다며 가슴 줄을 안 하고 배변하게 한다. 

그게 사달이 난 거다. 


오줌을 싸는 까미를 향해 풀숲에 숨어있던 고양이가 달려든 거다.

놀란 까미는 죽기 살기로 도망을 쳤고 눈 깜짝할 사이에 까미를 놓쳐버린 

남편은 나는 죽었구나 싶었단다. 

갈만한 곳을 다 돌아보고,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까미를 애타게 불렀지만 어디 갔는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그렇게 한참을 찾아다녔다고. 

신랑도 까미도 둘 다 억울한 표정이다.


말만 들어도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고 다리에 힘이 풀렸다.      

집 앞에서 기다려보자 하고 까미를 계속 부르면서 걸어가는데 집 앞 상가 구석에서 

까미가 슬그머니 나왔단다. 

"어디 갔었어! 아빠가 얼마나 찾았는데, 다친 데는? 괜찮아, 괜찮아."

찾아서 천만다행이라며 끌어안고 울었다고 한다. 

우리 남편이라면 그랬겠다 싶다. 


정말 잊어버릴 뻔했다며 괜히 애꿎은 까미에게 화풀이하는 남편이 나는 미워 죽겠다. 

둘 다 얼마나 놀랐을지 알지만 가슴줄을 안 한 남편이 원망스러웠다. 

밥도 잘 안 먹어 힘도 없었을 텐데 쫓기며 달리는 까미를 상상하니 울컥했다. 

고양이를 잘 피해 도망가줘서 다행이기도 하고 신랑이 안쓰럽다가 화났다가 여러 감정이 들었다. 

그 마음들은 뒤로 하고 그래도 찾았으니 그걸로 됐지 싶어  우리는 서로를 끌어안았다.  

    

나와 남편에게는 자식이 없다. 그래서 모를 것만 같던 모성애를 우리는 까미를 통해 배우고 느낀다.

서로가 인연이 된 건 여러 우연이 겹쳤지만 사랑은 서로의 노력으로 만들어졌다.

우리의 대화는 늘 일방적이라 오해하고 서운하고 답답하고 싸우기도 하지만 이러한 과정이 있어서 더 사랑을 배운다. 시간이 저절로 만들어 준 것도 아니고 내가 사랑한다 말하니 그리된 것도 아니다.

귀엽고 말 잘 들으니 사랑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순간이 모여 추억이 되고 딴딴해져 사랑이라는 결실을 맺혔다.     


지금도 귀 청소를 싫어하는 너를 붙잡으러 다니고 검은 발톱이라 혈관까지 자르기도 여러 번. 

발바닥 털은 제때 밀어야 안 미끄러지는데 이발기가 발에 닿는 느낌이 싫은지 발버둥을 치다 땜빵도 여러 번. 

그렇게 너를 괴롭히는 엄마가 되기도 하고 또 좋아하는 간식과 장난감으로 행복을 주는 엄마가 되기도 한다.

그 많은 인연 중에 하필 그날 네가 거기 있었고 그때 우리 집이 작았고 네가 겁이 많아서 우린 그렇게 가족이 되었다. 


작고 귀여운 짐승. 네가 사람으로 내 곁에 있었다면 더 오래 함께 할 수 있을 텐데. 

벌써 헤어짐이 슬퍼 이 글을 쓰면서도 눈물 훔치는 왕모지리 엄마지만 

“내 아들 까미야, 너는 내 우주란다. 사랑해.”







               당신이 개에게 바보 같은 이야기를 한다면 그 개는 당신을 보며 이렇게 말할 것이다

                         "우와, 당신 말이 맞아요! 나라면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 거예요."

 

                                                                    - Dave Barry - 


자료출처 : 구글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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