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시대

눈을 보고 내게 말해요

by 낭만 고양이

까미와 놀려고 보니 까미가 최애 하는 인형들을 속초 언니 집에 두고 왔다.

그래서일까 실의에 빠진 것 마냥 움직임이 확 줄었다.

까미는 정말 그 인형들이 없어진 걸 알고 이러는 걸까.

유독 좋아하는 인형 중에 쥐, 호랑이, 사자가 있다.

쥐인형은 큰 고모가 주신 그 당시 까미만 한 몸집을 한 인형이었는데 그 인형의 수염을 다 뜯더니

결국 그 인형만 찾게 되었다.

그리고 이케아에서 산 작은 호랑이와 사자는 소리가 안나는 인형인데 처음 보자마자

먼저 다가와서 관심을 보였고 그 이후로 까미의 애착인형이 되었다.

하필 최애 인형을 다 가져갔다가 몽땅 두고 온 거다.


신랑은 내 탓이라며 슬슬 놀린다. 부아가 치밀어 올랐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라 참았다.

일단 까미를 달래주기 위해 다른 인형으로 꼬셔보았지만 힐끗 쳐다만 볼 뿐 도통 관심을 주지 않는다.

아직도 인형 가지고 투정 부리는 녀석이 애기처럼 귀엽지만 마땅히 가지고 놀 인형이 없으니 나는 자꾸 미안해진다.

내 마음을 알았을까. 더 애처로운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으니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원래 슬픈 눈을 자주 하는 까미인데 오늘따라 더 슬퍼 보이는 건 착각일까.

그러고 보니 사람은 장난감이 참 많다.

놀게 넘쳐나지만 주말마다 서로에게 묻고 또 물으며 더 새로운 거 더 재밌는 걸 찾아낸다.

반면 까미는 우리와 인형이 전부인데 우리가 나가고 장난감이 사라지면 상실감 또한 적지 않겠다 싶다.


까미는 참 사람 같다. 언니 집에 있는 강아지들은 정말 딱 강아지 같은데 말이다.

뭐라고 정확히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그들과는 정말 많이 다르다.

그중 한 가지가 눈으로 말하기 때문일 거다. 필요하고 원하는 것이 있으며 내 앞으로 와 앉아서 내 눈을 빤히 쳐다본다.

아마도 어릴 때부터 불편한 소리를 내면 내가 알아내려고 눈을 보고 자주 물었던 탓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서로의 원하는 것을 이야기하는데 익숙해졌다. 100% 소통은 아니지만.

까미의 최애는 남편이지만 다급하거나 필요하게 생기면 나부터 찾는 것이 키우는 맛이랄까.


하지만 이번 일은 나를 원망이라도 하듯이 눈을 보지 않는다.

'이미 벌어진 일이잖아. 엄마가 실수로 내 인형들을 먼 곳에 두고 왔잖아.'

하듯이 체념해 버린 슬픈 얼굴을 하고 말이다.

사람 세상에서 사람이 기준이라 불편함 천지일 까미가 불쌍하기도 하지만

사람 세상에 사는 사람도 불편할 때가 많다는 걸 이해해 주길 바란다.

인형들이 없으니 시무룩한 까미를 쳐다만 볼 수 없다.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일들도 있지만 이건 엄마가 충분히 해결할 수 문제다.

이케아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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