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낭만 고양이 Jun 09. 2023

상실의 시대

눈을 보고 내게 말해요 

까미와 놀려고 보니 까미가 최애 하는 인형들을 속초 언니 집에 두고 왔다. 

그래서일까 실의에 빠진 것 마냥 움직임이 확 줄었다. 

까미는 정말 그 인형들이 없어진 걸 알고 이러는 걸까. 

유독 좋아하는 인형 중에 쥐, 호랑이, 사자가 있다. 

쥐인형은 큰 고모가 주신 그 당시 까미만 한 몸집을 한 인형이었는데 그 인형의 수염을 다 뜯더니 

결국 그 인형만 찾게 되었다. 

그리고 이케아에서 산 작은 호랑이와 사자는 소리가 안나는 인형인데 처음 보자마자 

먼저 다가와서 관심을 보였고 그 이후로 까미의 애착인형이 되었다.

하필 최애 인형을 다 가져갔다가 몽땅 두고 온 거다. 


신랑은 내 탓이라며 슬슬 놀린다. 부아가 치밀어 올랐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라 참았다. 

일단 까미를 달래주기 위해 다른 인형으로 꼬셔보았지만 힐끗 쳐다만 볼 뿐 도통 관심을 주지 않는다.

아직도 인형 가지고 투정 부리는 녀석이 애기처럼 귀엽지만 마땅히 가지고 놀 인형이 없으니 나는 자꾸 미안해진다.

내 마음을 알았을까. 더 애처로운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으니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원래 슬픈 눈을 자주 하는 까미인데 오늘따라 더 슬퍼 보이는 건 착각일까. 

그러고 보니 사람은 장난감이 참 많다.  

놀게 넘쳐나지만 주말마다 서로에게 묻고 또 물으며 더 새로운 거 더 재밌는 걸 찾아낸다.

반면 까미는 우리와 인형이 전부인데 우리가 나가고 장난감이 사라지면 상실감 또한 적지 않겠다 싶다. 


까미는 참 사람 같다. 언니 집에 있는 강아지들은 정말 딱 강아지 같은데 말이다. 

뭐라고 정확히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그들과는 정말 많이 다르다. 

그중 한 가지가 눈으로 말하기 때문일 거다. 필요하고 원하는 것이 있으며 내 앞으로 와 앉아서 내 눈을 빤히 쳐다본다. 

아마도 어릴 때부터 불편한 소리를 내면 내가 알아내려고 눈을 보고 자주 물었던 탓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서로의 원하는 것을 이야기하는데 익숙해졌다. 100% 소통은 아니지만. 

까미의 최애는 남편이지만 다급하거나 필요하게 생기면 나부터 찾는 것이 키우는 맛이랄까. 


하지만 이번 일은 나를 원망이라도 하듯이 눈을 보지 않는다. 

'이미 벌어진 일이잖아. 엄마가 실수로 내 인형들을 먼 곳에 두고 왔잖아.' 

하듯이 체념해 버린 슬픈 얼굴을 하고 말이다. 

사람 세상에서 사람이 기준이라 불편함 천지일 까미가 불쌍하기도 하지만 

사람 세상에 사는 사람도 불편할 때가 많다는 걸 이해해 주길 바란다. 

인형들이 없으니 시무룩한 까미를 쳐다만 볼 수 없다.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일들도 있지만 이건 엄마가 충분히 해결할 수 문제다. 

이케아로 출발. 

작가의 이전글 짝사랑은 아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