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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t yet Oct 09. 2024

별들도 미치지 않고서야.



별별 생각.



서울 하늘에 별이라니. 무심코 바라본 빌딩 숲 사이로 작고 소란한 움직임이 보인다.


밤 하늘을 올려다본 게 얼마 만일까.



오래전 라디오에서 들은 이야기인데 인간의 육체 중 98%는 별과 같은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핵물리학 같은 건 잘 모르지만, 뭔가 쓸데없이 로맨틱한 이야기다.


길을 걷다 발걸음을 멈추고 떠올리는 사람이 있다면 이미 잊혀진 사람이라던데, 별을 보고 있자니 지난 기억 속 한 사람이 생각난다.


첫사랑도 마지막 연인도 아닌 그저 별을 닮은 아무개라고 해두자.


그는 몇 년간 매일 아침 10시 반이 되면 ‘좋은 아침이에요’라며 싱겁게 말을 걸어왔다. 아침 인사를 보낸 이를 떠올리며 밤에 피는 별과 닮았다니 무슨 소리인가 싶을 거다.


무언가에 빠지면 앞뒤 재지 않고 달려가는 사람이었다. 프라이탁 가방이 좋아서 스위스 본사까지 날아간다든지,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해 소설 속 장소를 찾아다니는.


마치 다른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하나에 빠지면 발광하고 마는 별아이 같았다.



발광한다는 말에는 비정상적이고 격하게 행동하는 것 말고도 빛을 낸다는 뜻이 있다. 서로 다른 한자 ‘광’을 쓰지만 어떤 일에 몰두하는 모습에서도 빛이 난다.


'별들도 미치지 않고서야 광활한 우주 속에서 진득하게 빛날 수 있을까.'


압도적인 기억이 많은 사람일수록 무수히 반짝인다. 적당히 담아서는 발광할 수 없듯이, 슬픔과 기쁨이 가득 찬 사람은 결국 미치거나 누군가의 별이 되는 것 같다.


몇 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가끔씩 누군가 좋은 아침이라며 인사를 하면 분주하던 손에 일순간 정적이 흐른다. 그가 아니어서 아쉽고, 또 다행이라는 마음이 뒤따른다.


안녕과 안녕의 차이를 쉽게 알아챘던 그 사람, 여전히 어딘가에서 정신없이 빛을 내고 있겠지.



김연수 작가가 쓴 ‘청춘의 문장들’에 청나라 사람 장조의 이야기가 나온다.


‘꽃에는 나비가 없을 수 없고, 산에 샘이 없어서는 안 된다. 들에는 이끼가 있어야 제격이고, 물에는 물풀이 없을 수 없다. 교목에는 덩굴이 없어서는 안되고, 사람은 벽이 없어서는 안 된다.’


여기서 벽이란 병이 될 정도로 어떤 대상에 빠져 사는 것을 말한다. 



나는 병이 될 정도로 무언가에 빠져 발광하듯 살고 있을까. 


언젠가 드라마 슈룹에 등장했던 대사처럼 쿵 쿵 하던 심장이 쿵쿵하며 뛴 적 있는지, 누군가의 별이 된 적은 있는지.


별일 없이 별을 보다 별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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