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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좋구나

미용실에서 쓸데없이...

by HoA

재테크 서적 출간을 앞둔 남편이

글머리에 '결혼 후에 고급 미용실에서 머리 한번

안 하고 부의 증식에 적극 동참해준 아내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라고 쓰면 어떠냐기에

앞으로도 좋은 미용실 못 다니게 하려고 수 쓰는

거냐며 다른 걸로 바꾸라고 했다.

그리고 오늘 점심시간을 틈타 이사 온 동네에서

첨으로 번듯한 미용실에 갔다.

미용실에 가면 늘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지라

미루고 미루었더니 더운 날 답답한 기분이 들만큼

머리가 덥수룩하기도 했고 원래 다니던 미용실은

너무 멀어서 이제는 새로운 미용실을 발굴해야만

하는 상황이기도 했다.

오후 외근이 있어 빨리 커트만 하려고 들어간

미용실에는 디자이너 몇 명과 보조 몇 명이 있었고

그중 한 명이 커트 전에 머리를 감겨주었다.

머리를 부글부글 감고 두피 마사지 겸 지압을 하며

불편한 것은 없는지 살피는 그녀는 꽤 능숙하게

숱이 많은 내 머리를 추답했다.

살짝 드라이를 한 후에는 헬스 트레이너를 해도

어색하지 않을 듯한 비주얼의 남성 디자이너가

오더니 내 원하는 바를 간단히 듣고 몸집과 어울리지

않는 섬세함으로 머리칼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능숙한 가위질도 미더웠지만 미용실 갈 때 늘 피곤하게 겪었던 의미 없는 질의응답이 없어서 편안했다.

드라이와 에센스로 마무리하고 계산대에서

일사불란하게 회원등록과 결제를 한 후

코로나로 차를 준비 못해 미안하다며 준비한 간식

(음료와 비스킷)을 받아 나오는 과정은 물흐르듯

순조로웠다.

백화점 명품관에서 느끼는 부담스러움이나

지하 푸드코트에서 겪는 번잡스러움이 없는

자연스러운 안락함을 평소보다 만원 더 주면

누릴 수 있구나...

그리고 조금 씁쓸했다.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동네 미용실에 다니고

이왕이면 동네 빵집, 작은 카페를 찾는 스스로를

꽤 인간미 있고 알뜰한 사람이라 여기며 쌓아왔던

허약한 자부심과도 이젠 안녕인 건가...

돈의 힘은 늘 생각보다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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