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퍼슨 기념관의 비둘기 똥
워싱턴 D.C. 의 랜드마크, 제퍼슨 기념관은 순백의 대리석 건축물로 유명했지만 한 가지 골칫거리가 있었다고 한다. 지붕을 뒤덮은 비둘기 배설물이었다. 관리인들은 세척제로 청소했지만, 오히려 대리석에 화학적 얼룩이 남는 역효과를 낳았다. 이는 표면적인 문제 해결 방식이 낳은 '증상만 치료한 실패 사례'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문제의 본질을 추적하는 과학적 사고
관리팀은 기존 방식을 멈추고 "왜 비둘기는 이곳에 모이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조사 결과, 비둘기→거미→나방→조명이라는 인과고리가 드러났다. 기념관이 주변 건축물보다 한두 시간 일찍 켜는 조명이 근처 숲과 공원에 서식하는 나방을 집중적으로 유인했고, 이는 먹이 사슬을 통해 비둘기를 불러들인 것이었다.
진정한 해결책은 원인을 규명하는 것에서 시작되고
핵심은 원인을 제어하는 데 있다.
그들은 조명 시간을 주변과 동기화하는 간단한 조치로 문제 재발을 멈출 수 있었다. 이는 "원인 제거"가 얼마나 효율적인 방식인지 보여준다. 세척제 투입보다 저렴했고, 대리석 훼손을 막을 수 있었으며 지속 가능한 결과를 낳았다.
우리 사회의 '세척제 신드롬'
이 사례는 현실 사회의 문제 해결 방식을 극명히 보여준다. 많은 조직은 "불편한 증상"이 나타나면 즉각적인 진압에 집중한다.
학교 폭력이 일어나면 가해자를 징계하고 직장에서 갈등이 일어나면 화해를 권유한다.
산불이 나면 방화범을 색출하고 책임을 물을 공무원을 지목하는 데 혈안일 뿐 구조적 문제는 무시하고 세월에 혹은 다음 세대에 떠넘기는 것이 능사다.
수습자 vs 해결사의 차이
불편한 사건은 늘 발생한다. 문제를 마주했을 때 하수는 눈앞의 사태를 빠르게 덮기에 급급하는데 그치지만 고수는 "왜 이 문제가 반복되는가?"를 탐구한다.
우리는 후자를 두고 해결사라고 칭한다. '해결사'는 적시에 적절하게 반응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근본을 찾아 예방책까지 도출해 내는 사람에게나 붙일 수 있는 명예로운 칭호다.
'조명 시간'을 바꾸는 용기
모든 문제에는 나방을 유인하는 "조명"이 있게 마련이다.
정치적 갈등, 교육 문제, 기업의 비효율도 마찬가지다. 해결사가 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과연 이것이 전부일까?"라는 회의적 질문과 데이터로 증명하고자 하는 과학적 접근, 그리고 무엇보다 기존 시스템에 대항하는 도전의식이다.
하지만 해결사가 될 자질이 있는 것과 진짜 해결사가 되는 것은 사뭇 다른 이야기다.
수습주의가 팽배한 사회에서는 해결사가 되는 것에도 용기와 희생이 요구된다. "적당히, 그리고 빨리 정리하라."는 암묵적 지시와 조직적 합의를 무릅쓰고 끝까지 파헤쳐 근본을 고치겠다는 탐구정신은 쉽게 굴복하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는 바르게 행동하고 싶은 정의감, 끝까지 매달려보고 싶은 투지, 미해결 과제를 제대로 풀어내고 싶은 도전 정신과 열망이 숨어있다.
이미 식어버린 듯 하지만 이따금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순수한 마음들이 살아 있는 것이다.
앞으로의 세상은 한 사람 한 사람 마음속에 숨어있는 해결사 기질이 되도록 많이 발현되는 사회여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 사회를 옥죄고 있는 오래 묵은 문제와 갈등의 뒤엉킨 고리들이 서서히 치유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