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_지극히 사소한 존재와 소유에 대하여
나는 욕심이 없는 사람이라 할 수는 없지만, 사물에 대한 애착이 특별히 강한 편은 아니다. 어린 시절 내 물건을 몰래 치우거나 다른 사람에게 주는 일을 달가워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없으면 잠을 이루지 못할 애착인형이나 애착이불 같은 것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물건들과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글을 쓰고 싶다는 막연한 욕구는 있으나 일관된 주제를 찾기 어렵다고 하소연하던 내게 한 지인이 흥미로운 제안을 했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물건들, 그가 생활하는 공간이 때로는 그 사람 자체를 나타내기도 해. 그런 것들에 대해 써보면 어떨까?"
처음엔 시큰둥했다. 내가 가진 것들이 과연 글감이 될까? 하지만 막상 나를 둘러싼 공간과 사물들에 대해 하나씩 써 내려가기 시작하자, 그녀의 말이 옳았음을 깨달았다. 내가 가진 것들은 단순한 소유물이 아니었다. 그것들은 내가 하는 일을,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그리고 내가 지향하는 삶이 어떤 모습인지를 조용히 증언하고 있었다.
책상 위의 텀블러, 침대 옆 작은 디퓨저, 좋아하는 펜. 이 평범한 것들이 모여 나라는 사람의 윤곽을 그려내고 있었던 것이다. 소유한다는 것의 의미를, 존재한다는 것의 무게를 새삼 생각해 보게 되었다.
'Having'은 내가 가진 것, 내가 존재하는 곳, 그래서 내가 하고 있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애착 없이 살아왔다고 여겼던 내가, 결국 무수한 것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있음을 발견하는 여정의 기록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