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뀨어라운드 Jul 31. 2024

이러니 내가 널 사랑할 수밖에 (2)

회사에서 업무를 하는 와중에도, 마음이 무거웠다. 그리고 결국 무거운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자리를 일어섰다. 아이를 위한 선물을 하나 사야겠다고 결심했다. 이따 집에 가서 선물을 주며, 화해를 해야겠다고. 


아이가 좋아하는 춘식이 인형을 하나 사고, 춘식이 카드 하나를 샀다. 카드 안에는 'OO아 사랑해'라고 큼지막하게 썼다. 



그런데 퇴근 무렵 유치원에서 전화가 오는 것이었다. 휴대폰 액정에 유치원 이름이 뜨는 걸 보고, 가슴이 철렁했다.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받아보니, 유치원 담임 선생님이다.


"아버님, 안녕하세요. 혹시 오늘 오전에 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요? OO이가 아침에 오자마자 엉엉 울더라고요. 10분 동안 안아주고 달래주었습니다. 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서 연락드렸어요."


아침에 등원하며 눈가를 훔치는 아이의 모습이 영 마음에 걸리더니... 나쁜 예감은 틀리질 않았다. 선생님께는 오전에 아이와 갈등 상황들이 있었다고 설명을 드렸다. 


다행히 아이는 선생님 품에서 진정을 했고, 오후부터는 즐겁게 일과에 참여했다고 했다. 저녁에 아이가 하원하면 따뜻하게 맞아주시고 마음 읽어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듣고 통화를 종료했다. 

그때부터 퇴근시간까지, 시간이 어찌나 안 가던지. 마음이 온통 아이에게로 쏠려 있었다. 


'어떤 얼굴로 아이를 만나야 할까.' 

'아이가 날 보면 웃어줄까.' 


상념이 가득했다. '지금 6살짜리와도 이런데, 앞으로 사춘기 땐 대체 어떻게 되는 걸까'라는 미래에 대한 이른 고민까지도.


그렇게 무거운 마음으로 퇴근을 했다. 그리고 빠른 걸음으로 아이의 태권도 학원으로 향했다. 서두른다고 했는데도, 태권도 학원 끝나는 시간에야 간신히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음이 조급했다. 찌는 듯한 더위를 뚫고 가는 동안, 가슴팍이 땀으로 젖어들어갔다. 


겨우 집 근처 사거리에 도착했다. 신호등 빨간불은 파란불로 바뀔 생각이 영 없어 보였다. 사거리 4개의 신호등이 동시에 켜지도록 교통 개선 공사를 하고 난 후에는 부쩍 횡단보도 앞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졌다. 마음이 더욱 초조해졌다.


겨우 늦지 않게, 태권도 학원 앞에 도착했다. 바깥 복도에서 큰 유리창을 통해 안을 들여다보니, 나와 눈이 마주친 사범님 한분이 손가락으로 옆쪽을 가리키셨다. 태권도 다니는 아이들이 많다 보니, 형님반과 동생반을 분리해서 다른 공간을 쓰고 있었는데, 저 반대쪽이라는 의미였다. 복도를 걸어가는 동안, 눈으로 아이들을 훑으며 동생반이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우리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마음이 긴장됐다.


아이는 약간은 어색한 눈빛으로, 하지만 반가운 얼굴로 내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나도 함께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 순간 졸였던 마음이 탁 하고 조금쯤 풀리는 것 같았다.


수업이 끝나고 문 밖으로 나오는 아이에게 인사를 건넸다. 마음은 평소와 다름이 있었지만, 그래도 겉으로 아무렇지 않은 척 여상한 인사를 건넸다. 마흔 살 먹은 아빠는 6살 아이를 대하면서도 표현이 서툴렀다. 


그렇게 우리는 손을 잡고 아무렇지 않은 척, 평소와 다름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해서 아이에게 선물을 보여주면, '과연 아이가 기뻐할까' 하는 기대반 염려반의 마음으로. 조심스레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왔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러니 내가 널 사랑할 수밖에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