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공항에 도착 후 우리가 처음 찾아간 곳은, 제주 함덕에 위치한 함덕 잠수함이라는 곳이었다. 내비게이션 앱에 '함덕 잠수함'을 입력하고 운전을 시작했다. 제주 공항에서 빠져나오면 금방 제주시에 진입하게 되는데, 좀 더 가다 보면 조천리와 함덕리에 도달했다. 그렇게 해안 도로를 잠시 주행하니, 해안가에 인접한 함덕 잠수함 주차장을 금세 만날 수 있었다.
주차장에 들어가니, 우리 말고도 몇 대의 차가 더 있었다. 차를 세우고 내려보니, 자그마한 티켓 부스가 보인다. 함덕 잠수함을 이용하는데 필요한 비용은, 성인 25,000원에, 어린이는 20,000원이었다. 아내와 나, 아이까지 세 명의 가격을 지불하니, 도합 70,000원이었다. 티켓을 구매했지만, 바로 잠수함을 타는 것은 아니었다. 시간제 운영이기 때문에 조금 기다리라고 했다.
남는 시간 동안 잠시 티켓 부스 옆의 잔디밭을 거닐어 보았다. 푸른 잔디밭에서, 저 멀리 바다가 보이고, 하늘은 높으니, 드디어 휴가를 왔구나 새삼 느껴졌다.
잔디밭에서 아내와 아이와 함께 서로 잡기 놀이를 해본다. 그다음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였다. 그러다 문득 아래쪽으로 스윔 수트를 풀 장착한 사람들 몇 명이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스킨 스쿠버를 배우는 사람들일까?'
잠시 부러워지기도 했다. 그리고 이내 우리가 예약한 시간이 도래하여, 티켓 부스 앞으로 갔다. 어른용과 아이용의 구명조끼를 보여주며, 몸에 맞는 것으로 입으라 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구명조끼를 입고 나니, 가이드가 선착장으로 우리를 데려갔고, 그곳엔 모터보트가 있었다. 그리고 모터보트를 운전하는 가이드 청년은 아이와 함께 탄 우리에게 선물을 주고 싶었던지, 특별히 빠르게 바다 위를 달려주겠다고 선심을 썼다.
- 부아아아앙
우리는 보트 손잡이를 꽉 잡고, 소리를 질러댔다.
“꺄아아아아악”
그 소리에 가이드 청년도 신이 났던지, 바로 잠수함으로 이동하지 않고, 몇 번 더 바다를 돌아주었다. 서비스 정신이 투철한 청년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잠수함에 도착했다. 그런데, 그것은 잠수함이라기보다는, 바다에 얕게 둥둥 떠 있는 어항이었다.
사실, 잠수함이라길래 티비로 보던 멋진 잠수함을 타는 줄로만 알았다. 내가 따로 검색을 안 해본 탓이다. 제주에 도착하고부터 초반 4박 5일의 일정은 모두 아내에게 일임을 했었다. 제주 한 달 살기의 전 일정을 함께 하지 못하는 아내의 아쉬움을 고려해서였다. 나는 4박 5일 동안 우리가 무엇을 할지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 시간 동안 여행의 주인은 아내라고 생각을 했다. 그러다 보니 생긴, 기대와 현실 간의 괴리였다.
잠수함에는 관리요원 한 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젊은 여자분이었다. 햇빛을 가리기 위한 용도인지 스카프 같은 것으로 얼굴을 칭칭 감아 본래 얼굴은 알 수가 없었다.
좁은 갑판으로 조심스레 올라타고 보니, 세 사람이 서 있기에는 다소 좁았다. 사다리를 타고 한 사람씩 차례차례 아래로 내려가 보았다. 잠수함 안쪽에서는 투명한 유리를 통해 바깥 물속을 볼 수 있었다. 위쪽에서는 안전요원 분이 물고기 떡밥을 숟가락으로 퍼내어 물에 한 번씩 뿌렸고, 그럴 때면 물고기 떼들이 우르르 몰려와, 잠수함 안쪽 투명 유리 앞을 왔다 갔다 했다.
'이게 뭐야?' 싶었지만, 아내와 아이의 감흥을 망치지 않기 위해 나름의 애를 썼다. '아빠가 놀라 하면 아이가 더 놀라고 신나 하겠지?' 하고 생각했다. ISTJ 아빠는 연신 로봇 같은 감탄사를 외쳐댔다.
"우와~~!! 우와!! 저거 봐!"
"우와~! 물고기가 엄청 많아~~"
그러기를 한참여, 위로 올라온 아내와 아이에게, 관리요원 분이 물고기 떡밥이 가득 든 컵과 숟가락을 건넸다. 아이는 잠수함 끝 쪽에 걸 터 앉았다. 한 손엔 떡밥 컵을, 한 손엔 숟가락을 들었다. 그리고 물고기들에게 떡밥을 주기 시작했다. 떡밥을 한 번 퍼서 바다로 뿌릴 때마다, 물고기들이 떼거지로 몰려오는 것이, 조금 무서우면서도 신기했다.
그렇게 물고기 떡밥도 줘보고, 잠수함 안쪽으로 한두 차례 더 들어갔다 나왔다 하니, 잠수함 투어는 곧 끝이 났다. 잠수함 위쪽 갑판에 올라오니, 이곳으로 우리를 데려다주었던 보트가 다시 왔다. 한 번 더 바닷바람을 쐬며 신나게 달리니, 처음 출발했던 선착장이었다.
잠수함 안이 더웠기에 땀이 난 옷을 펄럭 거리며, 원래의 티켓 부스 있는 곳으로 갔다. 구명조끼를 반납하니, 아이에게 수료증 형식의 배지를 주었다. 아이가 좋아했다.
하지만 사실 나는, 잠수정까지 도달하기 위해 잠깐 탔던 모터보트가 훨씬 재미있었다.
당시 찍은 첫날의 사진들을 지금 와서 빤히 바라보고 있자니, 문득 아이가 궁금해진다.
공항버스 안에서 조용하던 너.
비행기 창문 밖을 호기심 넘치게 바라보던 너.
공항 안 주차장을 못 찾아 길을 헤매던 때, 불퉁한 얼굴이던 너.
잠수함 타러 가는 길에, 멋진 버킷햇에 반짝거리는 선글라스를 끼고, 팔짱 낀 모습으로 걷던 너.
엄마가 풍경을 찍는 동안, 그저 달리기에 여념이 없던 너.
잠수함 좁은 어항에서 엄마와, 그리고 아빠와 나란히 앉아 물고기를 바라보던 너.
그때 너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엄마와 아빠가 너를 보며 행복했던 것만큼 너도 행복했을까.
그리고 그때의 기억이 1년이 지난 지금, 얼마나 남아 있을까.
우리가 이곳저곳을 일방적으로 끌고 다니는 동안, 너는 다리 아프다면서도 쉼 없이 달리고, 별거 아닌 일로도 돌고래 소리를 내며 즐겁게 웃어댔지.
아빠는 1년이 지난 지금도 몇몇 장면들은 바로 어제처럼 생생하게 떠오르고, 또 이렇게 괜한 감상에 가슴이 뭉클해지는데, 너는 나중에 커서 이때를 기억할 수 있을까.
이 추억이 소중하고 고마우면서도, 나중의 아이와 이 추억을 서로 이야기 나눌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