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서부 전선 이상 없다
무너진 꿈, 서부 전선의 침묵
이 글에는 영화의 주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안개에 뒤덮인 진흙, 썩어 문드러져 부풀어 오른 말들, 철조망 사이로 찌그러진 철모들이 지평선을 따라 늘어서 있다. 적막이 흐르고, 참호 속에서는 심장 박동 소리만이 울려 퍼진다. 그 속에서 한 쌍의 창백한 푸른 눈이 모습을 드러낸다. 폴 봐머는 시계를 내려다본다. 프랑스 전선으로의 돌격까지 몇 초 남지 않았다.
삐이이이 이이익! 병사들의 절규가 노란 탄흔이 휘몰아치는 소리와 뒤섞인다. 몸부림치는 군인들이 공중으로 피의 안개를 뿌리며 쓰러진다. 폴 봐머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세상을 갓 사랑하기 시작한 젊은이였다. 하지만 오늘, 그는 자신의 삶을 파편이 흩날리는 안갯속으로 내몰고 있다.
전쟁이라는 개념을 떠올릴 때, 종종 애국심이 미화된 이미지가 사람들의 머릿속을 지배한다. 제1차 세계대전 독일 군인 출신의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와 그의 걸작 《서부 전선 이상 없다》 역시 예외는 아니다. 평범한 소년인 폴 봐머는 나라를 위해 싸우면 큰 영광을 누릴 수 있다는 말에 친구들과 함께 군에 지원한다. 하지만 결국 그의 애국심은 그와 그의 친구들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일부는 나라가 자신들을 배신했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전에 그 대가를 치른다. 그들에게 민족주의는 결국 한낱 환상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야기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독일 군인들은 진흙탕 너머의 적군을 진정한 적으로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전장 뒤에서 피로 물든 서부 전선을 조종하면서도 주먹 한 번 휘둘러 본 적 없는 정치인들이야말로 진짜 적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폴 봐머는 파시스트 카이저나 조국을 위해 사람을 죽인 것이 아니었다. 그는 단지 살아남아 가족에게 온전한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 싸웠을 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밀려오는 적군의 파도를 뚫고 살아남아야 했다.
전쟁 이야기에서는 흔히 주인공이 영웅적으로 싸우고 부대를 승리로 이끄는 내용을 다루지만, 《서부 전선 이상 없다》는 양쪽 군이 싸워야 했던 열악한 상황에 초점을 맞춘다. 진흙에 덮인 참호에서 벽을 잡는 것조차 힘들었고, 한 손에 진흙이 가득 찬 소총을 들고 프랑스 군의 사격을 피하며 싸우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병사들은 유리 파편이나 나무, 칼 등 그게 어떤 것이든 무기로 써야 했다. 공기 중에 연두색 가스가 퍼졌을 때, 진흙투성이 손은 가스 마스크의 고무가 얼굴에 제대로 밀착되지 않게 방해했다. 군인들은 매일 참호와 포격 속에서 살아가야 했고, 전쟁의 상처는 그들에게 뼛속 깊이 남았다.
《서부 전선 이상 없다》에서 등장인물들은 전쟁이 사람에게 미치는 모든 영향을 겪게 된다. 계속되는 자국 군의 포격은 죽음이 언제든지 가까이 있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봐머의 친구 하나가 폭격 중에 목숨을 잃는다. 그로 인해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계속해서 멍한 표정을 짓고, 동료들이 죽고 쓰러지는 모습을 매일 목격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그 광경에 익숙해지지 않는다. 독일 군인들이 쉴 때면, 죽은 군인들은 하얗게 가루가 뿌려진 관에 대충 담겨 묻히고, 동료들의 죽음을 애도할 시간조차 없다. 전투에 대비할 유일한 방법은 감정을 억누르는 것뿐, 전쟁이 남긴 마음의 상처는 멈춰질 수 없다. 봐머는 군에 가기 전 느꼈던 행복을 잊고, 앞으로 다가올 것은 폐허와 총알, 그리고 파편뿐이라고 여긴다.
독일 장군은 1918년 휴전이 시작되기 40분 전, 마른(프랑스의 강)을 되찾기 위한 마지막 공격을 명령했다. 지휘관은 다시 호각을 불고, 군대는 적군을 향해 돌진했다. 그 순간, 그는 처음으로 나라의 명령을 되새기고 있었다. 수백 명의 생명이 단 몇 미터의 땅을 위해 희생되었고, 그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전쟁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휴전 직전 마지막 초침이 한 번 더 움직일 때, 어둠 속에서 프랑스의 총검이 나타나 봐머의 심장을 찔렀다. 아직 못다한 말이 많았지만, 그 말은 영원히 전해지지 않았다. 그는 전선이 고요하고 조용하던 그날에 쓰러졌다. 서부 전선은 여전히 고요했다.
Shattered Dreams, Silence on the Western Front
Movie Review: "All Quiet on the Western Front" from the Perspective of the German Soldiers in World War I
Among fogged dirt, bloated horses, and barbed wire, dented Stahlems line the horizon. The silence insued, broken only by heartbeats reverberating throughout the trenches. Emerging from the trenches are a set of pale blue eyes. Paul Baulmer ducks his eyes over his watch. Seconds remained until the charge on the French front.
Tweeeeeet! The cries of soldiers mingle with the yellow tracers whistling past, writhing bodies kicking mists of blood into the air. A Few days ago, Paul Baulmer was a simple youth who had just started to love the world. Today, he was leading his own life into the misty fog of shrapnel.
Whenever the concept of war comes into perspective, the glorified image of patriotism often dominates one’s mind. Erich Maria Remarques, a WWI German veteran, and his masterpiece All Quiet on the Western Front is no different. When ordinary schoolboy Paul Baumer is exposed to endless promises of great glory in serving his country, he and his friends chase after their recruitment papers. However, his country’s own patriotism proves fatal to almost all the protagonists in the story, some long before they realise their own nation had betrayed them: to many veterans, nationalism was an illusion.
As the later stages of the story unfolds, German soldiers do not see the soldiers directly on the other side of the marshes as their true enemy. Rather, they see the political figures who had never as much thrown a fist in their life behind the blood-soaked western front. Paul Baumer had not killed for his fascist Kaiser, let alone his country: merely, he had done it to survive and return to his family whole. However, that would require him surviving the endless waves of enemy troops before him.
While war stories commonly regard the heroics of an individual and their story of leading their company to victory, All Quiet on the Western Front’s eyes are set upon the conditions both sides were forced to fight in. Even holding a grip on the muddy walls of the trenches was hard, let alone carrying a rifle stuffed with mud in one hand while maintaining low visibility from the French forces. Soldiers resorted to any means of weapons to kill, from shards of glass to makeshift wooden swords. When the air was clogged with light greenish air, soldiers’ muddy hands prevented gas mask rubbers from sealing the face from chemicals. Soldiers were forced to snugly accommodate daily trench and shell attacks in their daily lives, all while having to live with the effects of war stained in their minds.
Throughout All Quiet on the Western Front, all featured characters suffer from the effects of war on human minds. The constant shelling of their own, unguarded lines is a reminder how close Death lingers. One of Baumer’s own friends is killed during bombardment. Therefore, thousand-yard-stares are a common sight throughout the film, their minds never adjusted to the daily sight of their comrades killed and toppled unceremoniously. When the luxury of rest is available to the German soldiers, deceased soldiers are shoved in coffins partly powdered white, restricting any mourning time for their fallen comrades. The only way to prepare their conscience for battle is the suppression of feelings and emotions, although even that never completely stops the mental scars of battle. Baumer forgets his own happiness and feelings before recruitment, seeing only a future of rubble, lead, and shrapnel.
As the German general commands a final, last-ditch attempt to take back Marne (a river in France) 40 minutes before the armistice of 1918, the commander once again blew his whistle, as the army charged towards enemy lines once again. His mind echoes with his own country’s orders for the first time. Hundreds of lives were laid down for mere metres of land, and for what purpose? What point was there to war? As the final seconds before the armistice ticked, a French bayonet emerged from the darkness, piercing Baumer’s heart. He had so much to say, and he shall never say it. He had fallen on a day that was so quiet and still on the whole front: it remained all quiet on the Western Fron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