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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큐 Oct 30. 2022

입문의 장 (中)

각본 탈출의 대전제


개인이 가질 수 있는 의지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고, 의지를 다 쓰면 부족해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야. 단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무한히 쓸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일 뿐…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토끼 인간이 희준을 다시 집무실로 안내해주었다. 


박곤: 잘 잤나?


최희준: 네.. 바로 잠들었네요.


박곤: 좋네. 오늘은 각본 탈출 개론을 설명해주겠네. 


최희준: 개론..이 뭐죠?


박곤: 개론은 대략 내용을 간추려서 풀이한 것이라 생각해주게.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전에 이런 내용들이 있다는 정도로 자네 같은 초심자에게 필수적인 내용이지. 


최희준: 네, 알겠습니다.


박곤: 각본 탈출에는 중요한 영역이 크게 5가지 있다네. 물론 각 영역의 중요도가 모두 동일하지는 않네만 자세한 내용은 후에 다시 정리하도록 하고 일단 받아 적어 보게.   

    지식 습득 영역  

    시간 관리 영역  

    자기표현 영역  

    건강 영역  

    재무적 영역  


최희준: 재무적.. 영역, 다 적었습니다.


박곤: 자네는 자네가 각본 탈출하는 데에 얼마 정도 걸릴 거라 생각하나?


최희준: 저요? 한.. 1년이면 되지 않을까요?


박곤: 그래, 다들 그렇게 예상하더군.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네. 자네가 내게 천만 원을 주고 당장 다니고 있는 회사를 그만두고 각본 탈출에만 전념하면 그렇게 될 수도 있지. 그게 아니라면 1년도 버거운 시간이라네. 


최희준: 그럼 저는 얼마 정도 걸릴까요?


박곤: 자네가 투입할 수 있는 시간과 노력에 반비례해서 시간은 줄어들 걸세. 중요한 것은 너무 조급해하면 안 된다는 것이야. 각본 탈출에 실패한 수많은 제자들의 공통점이 있었네. 그들은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보길 원했다네. 그것도 너무 빨리. 


최희준: 근데 천만 원을 내면 저 같아도 그럴 것 같은데요.


박곤: 갈(喝)! 자꾸 핵심을 벗어나지 말게. 각본 탈출은 게임이 아니라네. 온라인 게임은 특정 액션을 하면 그에 따른 보상이 즉각적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지. 그래야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분비되고 게임에 중독되도록 만들 수 있기 때문이지. 하지만 각본 탈출은 현실이기 때문에 즉각적인 보상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하네. 그리고 사람에 따라서도 성과가 나오는 시간이 모두 다르지. 그렇기 때문에 넉넉하게 1달 ~ 3달 정도의 주기를 가지고 인생의 변화가 있는지 느끼며 진행해야 지치지 않을 수 있는 것이야.


최희준: … 아직은 감이 잘 오지 않습니다.


박곤: 그래, 5개 영역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기 이전에 먼저 대전제를 설명해주도록 하지.

대전제 - 인간은 잉여 자원을 통해 발전한다. 

최희준: 잉여 자원.. 잉여 인간이라는 말은 들어봤는데.. 


박곤: 잉여 자원은 말 그대로 남는 자원이라는 뜻이라네. 시간을 자원이라고 생각하면 꼭 필요한 시간이 아니라 남는 시간이 잉여 자원이 되는 것이지. 돈이 자원이라고 생각하면 남는 돈이 잉여 자원인 것이고. 원시인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루하루가 생존의 위협이었겠지? 배고픔, 맹수의 습격, 비바람 등 하루를 버티는 것만으로 모든 자원을 다 써야만 했을 걸세. 그런 원시인이 자기 계발을 할 수 있었겠나? 


최희준: 못했겠네요..


박곤: 현대 사회에서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자기 계발을 한다네. 각자 원하는 목표도 다르고 추구하는 가치도 다르지만 적어도 하루에 한 시간씩은 자신만의 발전을 위한 시간을 갖는다는 통계가 있지. 하지만 원시인의 경우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 현재를 희생한다는 개념이 없었던 게지.


최희준: 저도 한 시간씩 헬스장에서 운동을 합니다. 그것도 자기 계발이라고 할 수 있겠죠?


박곤: 그렇다네. 심지어 피시방에서 좋아하는 온라인 게임을 하는 것도 목표에 따라서는 자기 계발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걸세. 그렇다면 원시인과 현대 사회의 인간은 뭐가 다르길래 변화한 것인지 예상이 가는가?


최희준: .. 계속 설명해주시죠.


박곤: 그럼세. 약 1만 년 전쯤 구석기시대 후기 무렵부터 인류는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네. 농경 생활을 시작했고 가축을 기르기 시작했으며 문자를 발명했을 뿐만 아니라 도시 국가를 건설했다네. 어디선가 들어본 이야기지? 인류는 이로 인해 정착 생활이 가능해졌고 그로 인해 잉여 생산물이 발생했다네. 이전엔 하루 사냥해서 하루 먹을 분량의 식량만 확보되었다면 공동체가 형성되면서 하루 정도 사냥을 나가지 않아도 굶어 죽지 않게 된 게야. 그 이후에는 역사 시간에 배웠겠지만 계급 구조가 형성되었고 사유재산 제도, 더 나아가 청동기 문화가 도입되면서 부족 간 전쟁이 빈번히 일어났고 마침내 최초의 국가 탄생까지…  이쯤 되면 눈치챘겠지만 이때부터 지금까지의 과정을 통틀어 우린 ‘문명’이라고 부른다네.


최희준: 네.. 근데 문명과 각본 탈출이 무슨 상관이 있는 건가요?


박곤: 다시 한번 ‘대전제'를 읽어보게.


최희준: 인간은 잉여 자원을 통해 발전한다…


박곤: 그렇다네. 문명이 잉여 자원이 생기면서 발생한 것처럼, 한 명의 인간도 잉여 자원을 통해 발전할 수 있다는 의미라네. 


최희준: 잉여 자원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알려주실 수 있나요?


박곤: 그러려던 참이라네. 자네, 평일의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나?


최희준: 아침 8시에 대중교통으로 출근을 합니다. 9시에 사무실에 도착하고, 6시까지는 일을 하죠. 가끔 야근을 해야 하는 날에는 7시 넘어서 퇴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게 퇴근하고 집에 와서 저녁을 먹거나 친구와 치맥 한잔 할 때도 있고요. 밤에 헬스장에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집에서 핸드폰 좀 보다가 자는 것 같네요.


박곤: 그럼 평일 저녁에 2시간 정도 카페에서 자기 계발에 몰두할 수 있겠나?


최희준: 2시간이요? 아니요.. 다음날 출근해야 하는데 너무 피곤할 것 같아요.


박곤: 여기서 “잉여 자원"의 개념이 나오는 걸세. 자네는 현재 잉여 시간이 부족한 상태이기 때문에 먼저 잉여 시간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야. 그럼 반대로 이렇게 물어봄세. 2시간 정도 친구와 치맥 한잔 하는 것은 할 수 있겠나? 


최희준: 그건 지금도 가끔 하죠.


박곤: 그렇다면 자네는 잉여 시간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잉여 의지가 부족한 것이라고 볼 수 있네. 2시간 자기 계발은 다음날 출근에 영향을 미치고, 친구와 치맥 2시간은 다음날 출근에 영향을 안 미치는 겐가? 말이 안 되는 것을 자네도 알겠지?


최희준: 네…


박곤: 자네를 탓하려는 것은 아니네. “의지"도 엄연히 자원일세. 의지가 부족한 것을 개인의 탓으로 이야기하는 자들이 있는데 그것은 틀린 주장이네. 개인이 가질 수 있는 의지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고, 의지를 다 쓰면 부족해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야. 단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무한히 쓸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일 뿐… 자네 졸린가?


최희준: 에? 아닙니다.


박곤: 자네 집중력이 흐트러졌군. 잠시 쉬었다가 5개 영역에 대해 설명을 해주도록 하겠네. 부탁하네, 토선생. 


토선생이라 불린 토끼 인간은 나를 식당으로 안내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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