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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큐 Oct 30. 2022

시스템의 장 (下)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 의지는 도움이 안 된다네


많은 심리학자들이 인간의 습관을 형성하는 시간으로 66일을 이야기한다네. 66일간 동일한 행동 패턴을 반복하면 습관으로 형성된다는 이론이지. 


박곤: 시스템에 대해 얘기해보도록 하지. 건강 영역의 이야기일세. 자네 다이어트를 해본 적 있나?


최희준: 네.. 시도는 많이 해봤죠. 실패했지만요.


박곤: 왜 실패했다고 생각하는가?


최희준: 의지박약.. 노력이 부족한 거 아닐까요?


박곤: 아닐세. 선천적으로 타고난 의지력이 뛰어나다면 의지만으로도 가능할 수 있겠지만 우리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은 사용할 수 있는 의지력의 한계가 있다네.


최희준: 그럼 실패한 이유가 뭔가요?


박곤: 바로 시스템이네.


최희준: 시스템?


박곤: 미라클 모닝 얘기를 할 때 행동을 바꾸지 않고 결과가 바뀌기를 예상하는 것은 정신병과 같다고 얘기했었지? 마찬가지로 시스템을 바꾸지 않고 결과가 바뀌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네.


최희준: 시스템이 뭘 의미하는 거죠?


박곤: 예를 들어 봄세. 자네가 뭔가 먹을 때 냉장고를 열어보거나 배달을 시키지 않나? 


최희준: 그렇죠. 


박곤: 냉장고에 들어있는 음식물이나 배달 음식 어플에서 자네가 시키는 음식 등이 다이어트 전후로 바뀐 게 있나?


최희준: 닭가슴살 같은걸 주문하긴 했었죠..


박곤: 기존에 먹던 음식을 다 버렸냐 이 말일세.


최희준: 아니요.. 그건 아니죠.


박곤: 그런 것들이 시스템의 일종일세. 냉장고를 닭가슴살, 샐러드, 두유, 제로칼로리 음료 등으로 꽉 채운다면 시스템이 바뀐 거라고 할 수 있지. 


최희준: 그게 다이어트에 어떻게 도움이 되나요?


박곤: 다이어트를 결심한 날에는 의지가 아주 충만하기 때문에 무슨 일이든 할 수 있겠지만, 몇 달 아니 경우에 따라서는 며칠만 지나도 의지가 약해지는 것이 인간이네. 의지력이 모두 소진되기 때문이지. 그래서 의지력이 가장 강할 때 냉장고를 싹 갈아엎는 것이네. 그럼 의지력이 약해져도 냉장고에 있는 음식들을 보면서 다시 의지를 다 잡게 되는 것이지. 많은 심리학자들이 인간의 습관을 형성하는 시간으로 66일을 이야기한다네. 66일간 동일한 행동 패턴을 반복하면 습관으로 형성된다는 이론이지. 따라서, 냉장고를 한 번 갈아엎고, 66일간 비슷한 음식을 먹다 보면 “다이어트 진짜 열심히 할 거야"라는 의지의 마인드라기보다는 “난 원래 이런 거 먹는 사람이야"라는 정체성의 변화가 찾아온다는 것일세.


최희준: 솔깃하네요.. 


박곤: 건강 영역뿐 아니라 각본 탈출을 하는 데에 있어 정체성의 변화는 중요한 개념이네. “난 원래 이런 사람이야"라는 게 일종의 자기 암시이자 확언이 되거든.


최희준: “난 원래 이런 사람이야"... 이게 왜 자기 암시가 되나요?


박곤: 예를 들어 자네가 재무적 목표로 100억을 벌고 싶다고 해봄세. “나는 5년 후에 100억 벌 사람이야"라는 게 자네에게 자기 암시 문장이 되는 것이지.


최희준: 음.. 좀 유치한 것 같은데요.


박곤: 자기 암시 문장은 문장을 읽는 것에서만 끝나는 게 아니라 머릿속에 진짜 그 사람이 된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네. “나는 건강한 음식을 먹는 사람이야"라는 정체성이 머릿속에 있다면 기름지고 짠 음식을 먹는 선택을 안 하게 되는 것처럼 말일세. 


최희준: 그건 너무 이상적인 말씀 아닌가요? 


박곤: 처음 들으면 다들 그런 반응을 보인다네. 하지만 매일 아침, 저녁으로 되고 싶은 정체성을 입으로 말하고, 글로 쓰고, 되새긴다면 분명 바뀌는 자신을 보게 될 테니..


최희준: 주변에서 놀리거나 비웃을 것 같은데요…


박곤: 그런 사람들은 자네를 ‘각본' 안에 가두려는 사람들일 뿐이네. 설사 그 사람이 가족이라도 말이지. ‘각본' 안에 사는 자네를 원래 알던 사람들은 자네의 변하기 전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려고 하는 습성이 있다네. 절대 그 사람들이 자네를 싫어하거나 망하게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닐 걸세. 하지만 ‘각본' 안에 살고 있기 때문에 ‘각본' 밖으로 나가는 것에 대해 무지하고, 무지한 것은 두려움으로 느껴지는 것이지.


최희준: 그럼 가족도 버려야 한다는 건가요?


박곤: 버리는 게 아닐세. 자네가 각본 탈출을 하는 동안 가족의 조언이나 친구의 놀림, 비웃음을 흘려버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네. 자네가 먼저 각본 탈출을 하고 나서 그들의 각본 탈출을 도와주는 입장이 되는 것이 중요하지. 지금의 나처럼 말일세.


최희준: 흠.. 잘 이해는 안 되는 것 같습니다. “나는 각본을 탈출할 사람이야"라고 말하면 각본 탈출이 되는 건가요?


박곤: 그렇지. 그렇게 세뇌시키고,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네. 지금은 이해가 안 되겠지만 일단 아침저녁으로 따라 해 보게. 66일만 해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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