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일부터 시작하게
뭔가에 깊이 빠져드는 순간만큼은 모든 근심 걱정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이때 얻는 만족감이야말로 최고의 보상이자 기쁨이다.
아침저녁으로 이야기를 한다고 정말 달라질까? 지금까지 다이어트에 실패한 원인이 시스템..? 희준은 머릿속이 복잡했지만 일단 받아 적었다.
박곤: 자네, 머릿속이 복잡하지?
최희준: 네? 에.. 좀 복잡하네요.
박곤: 일단은 자네가 바로 행동할 수 있는 한 가지에 집중하게. 나머지 것들은 시스템화가 된 이후에 차근차근 이뤄질 테니.
최희준: 시스템화라.. 그건 또 뭔가요?
박곤: 예를 들어 자네가 아침에 자기 암시, 시각화 혹은 확언을 하는 걸 빼놓지 않고 66일 동안 했다고 해봄세. 그럼 66일 이후에는 자네가 의지력을 쓰지 않아도 아침에 확언을 하게 될 것이네. 그것을 시스템화라고 부르지.
최희준: 그렇군요. 의지력을 쓰지 않아도 되는 상태로 되는 게 시스템화…
박곤: 66일간 의지력을 유지하는 것이 참 어렵네. 이건 내가 각본에 살고 있을 때 뼈저리게 느낀 것이지. 그렇기에 자네는 매우 작고 사소한 걸로 습관 만들기를 시작해야 하네.
최희준: 예를 들면요?
박곤: 아침에 큰 소리로 뭔가 외치는 게 어려우니, 침대 머리맡에 큰 글씨로 “나는 각본을 탈출한다"라고 적어두고 매일 아침에 자리에 서서 글을 한 번 씩 읽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이지. 그리고 아침에 글을 읽는 것에 의지력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때부터 큰 소리로 확언을 해보는 것이네.
최희준: 음.. 자기 암시는 아직 안 해봐서 그런지 감이 잘 안 옵니다.
박곤: 그럼 운동으로 해볼까? 자네가 헬스장을 등록해서 복근을 만드는 목표를 가진다고 해보세. 자네는 1달이 채 되지 않아 헬스장에 가지 않게 되겠지. 하지만 회사에서 의자에 앉기 전마다 스쾃 1회를 하는 걸 목표로 하면 어떨까? 1달보다는 길게 유지될 수 있을 것이네. 회사가 좀 그렇다면, 아침에 일어나서 팔 굽혀 펴기 1회 하는 것은? 분명히 1달보다는 오래 할 수 있을 것이야. 별거 아닌 목표기 때문에 그렇다네.
최희준: 확실히 그렇겠네요.
박곤: 이렇게 쉽고 단순한 행동 목표를 잡는 것은 여러모로 좋은데, 하버드 대학 심리학과 교수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저서 <몰입의 즐거움>에서 이렇게 말했다네. "우리가 매일같이 경험하는 일과는 대개 무미건조하고 반복적이기 마련이다. 따라서 의식적으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그것이 주는 진정한 즐거움을 놓치기 쉽다. 반대로 뭔가에 깊이 빠져드는 순간만큼은 모든 근심 걱정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이때 얻는 만족감이야말로 최고의 보상이자 기쁨이다.”
최희준: 오… 뭔가 있어 보이는 말이네요.
박곤: ‘몰입하는 삶' 자체가 삶의 목표가 될 수 있을 정도로, 몰입은 인간에게 강력한 보상이네. 무아지경이라는 말 들어본 적이 있는가? 스스로의 존재조차도 잊은 채 어떤 행위를 할 때를 말한다네. 목표가 쉽고 단순할수록 ‘몰입'에 빠져들기 쉽고, 이는 시간 관리의 측면에서도 이점을 가져다준다네.
최희준: 시간 관리도 관련이 되나요?
박곤: 뽀모도로 기법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걸세. 1980년대 후반 프란체스코 시릴로(Francesco Cirillo)가 제안한 시간 관리 방법론이네. 실행하는 방법은 간단하네. 25분 동안 무언가에 집중하고 5분 동안 쉬는 것이네. 특히 25분 일하는 것을 '1 뽀모'라는 단위로 부르는 게 특징이지. 우리가 일정을 잡거나 할 일에 쓸 시간을 할당할 때 짧으면 1시간 길면 3~4시간을 잡을 때도 있는데, 이를 1 뽀모 단위로 더 잘게 쪼개는 것이지.
최희준: 더 복잡할 것 같은데요. 단위 시간만 짧게 줄어드는 것 말고 어떤 차이가 있나요?
박곤: 건강 영역의 예시와 비슷한 효과라네. 헬스장에서 복근을 만드는 것과 팔 굽혀 펴기 1회를 하는 것, 실행하는 데에 있어 난이도나 진입장벽의 차이가 굉장히 크지. 마찬가지로 1 뽀모 단위로 25분만 집중하자고 생각하면 집중하기가 쉽다네. 특정 업무에 2시간 집중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인 게지.
최희준: 확실히 2시간 동안 무얼 해본 기억은 게임 정도밖에 없네요.
박곤: 초보자에게 알려주기 어려운 내용이네만, 참고 삼아 들어두게. 뽀모도로 기법을 정말 잘 사용하는 사람은 하루 동안 자신의 생산성을 N뽀모라고 정의 내릴 수 있네. 예를 들어 9시 출근, 6시 퇴근을 하는 직장인의 경우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회사에 있는 시간이 8시간이지. 그럼 이 사람은 16 뽀모를 할 수 있는 것일까?
최희준: 이론상 그렇겠네요.
박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네. (이와 관련해서는 존 손메즈의 《소프트 스킬》이라는 책을 읽어보게.) 하루에 10 뽀모만 해내더라도 정말 생산성이 좋은 사람이라네.
최희준: 왜 그렇죠?
박곤: 그만큼 시간에 몰입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라네. 중간에 다른 사람과의 의사소통도 해야 할 것이고, 뽀모와 뽀모 사이에 5분의 쉬는 시간을 칼 같이 지키기도 어렵고 말일세. 나중에 자네의 시간 관리 영역도 시스템화가 되면 생산성을 하루에 10 뽀모 정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아보게. 그럼 자네의 생산성이 3배는 더 올라가게 될 것이니.
최희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