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삶은 매일 이야기가 된다.

3부. 삶이 이야기가 되는 글쓰기

by 지금은 백근시대

강의가 있는 날의 아침은 다르다. 눈을 뜨는 순간부터 마음이 바빠진다. 어떤 이야기를 나누게 될까?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 머릿속이 분주하다. 커피 한 잔보다 손이 장비를 먼저 챙긴다. 준비는 늘 되어 있지만, 그럼에도 매번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강의장에 들어서는 순간, 긴장과 분주함이 밀려온다. 아침에 만난 이들과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나는 내 삶의 이야기를 꺼낸다. 그 어느 날보다 특별한 하루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강의가 끝날 무렵, 한 어르신이 다가오셨다. "내가 노인정 가서 강사님 홍보 많이 할 거예요. 좋은 글도 열심히 쓴다고." 그 말 한마디에 몸에 남은 피로가 사르르 녹아내렸다. 머릿속엔 문장이 하나 흘렀다. ‘이 일이 참 의미 있는 일이구나.’ 그분은 내 사진도 직접 찍어가셨다. 마음이 구름 위를 걷는 듯했다. 내가 전하고자 했던 진심이 누군가의 마음에 닿았다는 사실이, 멀리서 달려온 길에 분명한 보람을 안겨주었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남는다면, 결코 헛된 하루가 아니다.


사진은 내가 강의만큼 애정을 쏟는 또 다른 언어이다. 사진을 찍는 일은 매번 쉽지 않다. 19년을 찍었지만 매번 새로운 상황에 맞춰 미세하게 조정해야 한다. 사람들의 표정을 읽고, 자세를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것은 단순한 기술을 넘는다. 강의 중 나는 종종 말한다. “사진에는 사랑이 있고, 관계가 있고, 꼭 같은 방향을 바라보지 않아도 됩니다. 다른 곳을 보고 있어도 그 안에는 가족의 이야기가 담깁니다.” 한 어르신은 젊은 시절 찍은 가족사진을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고 하셨다. 사진 한 장은 시간이 지나도 다른 감정을 쏟아내는 이야기통이 된다.


전주에서 정선, 다시 삼척으로 향하는 길은 피곤했다. 특히 전주로 오는 길은 졸음과의 싸움이었다. 정선을 지날 무렵, 잠시 휴게소에 들러 등받이를 젖히고 쉬었다. 어느새 깊은 잠에 빠져 있었던 걸 보니, 꽤 지쳐 있었나 보다. 고속도로를 달리며 두세 번은 더 차를 세우고 기지개를 켰다. 바람은 어느새 봄의 끝자락을 지나고 있었지만, 강원도 어귀에는 아직 지지 않은 벚꽃이 희미하게 피어 있었다. 차 안에서 바라본 그 풍경은 마음 한가운데로 조용히 밀려왔다. 하루를 곱씹게 만드는 장면이었다. 아침의 설렘, 지금의 피곤함, 그리고 봄날의 공기가 엮여 한 편의 이야기가 되었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조용히 글을 쓰고 있다. 나를 따뜻하게 해 주었던 어르신의 얼굴을 떠올리고, 사진 인화하며 들렸던 내 심장소리를 되새긴다. 하루 동안의 자부심들이 조용히 떠오른다. 감정은 일의 한가운데보다는, 이렇게 하루가 정리된 시간에 비로소 나타난다. 하루의 장면들을 하나하나 꺼내 곶감처럼 되새긴다. 내가 무엇에 웃었고, 누구의 말이 내 마음을 움직였으며, 어느 순간 숨이 가라앉았는지를 살핀다. 그 과정이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고, 내일을 준비하는 조용한 연습이다.


삶은 매일 이야기가 된다. 우리는 단지 그것을 아직 글로 써보지 않았을 뿐이다. 이 감각을 알고 나면, 매일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이 될 수 있다. 나는 그렇게 하루를 글로 마무리한다. 강의로 채워진 시간도, 사진으로 나눈 순간도, 지친 발로 돌아온 밤까지도 모두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지금 이 시간은 오롯이 나 자신과 함께하는 시간이다.


감정을 정리하고, 삶을 정리하며, 다시 내일을 맞이하는 연습이어서 이다.

오늘, 당신의 마음이 움직인 장면은 무엇이었나요? 지금 떠오르는 그 순간을 글로 써보세요. 그 글이, 당신의 하루를 말이 되게 만들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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