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종 1년만에 돌아온 ‘올 뉴 크루즈’, 실체 알고보니

이름만 같지만 마음은 다를 수도 있다는 이야기

by AUTONOLOGY

가끔은 오래된 이름 하나가 마음을 울린다. ‘크루즈’라는 이름이 그랬다. 한때 한국 도로 위를 달리던, 준중형 세단의 상징 같은 이름. 그렇게 단종된 지 1년, 쉐보레가 ‘올 뉴 2026 크루즈’라는 간판을 들고 다시 돌아왔다.


이번엔 중동 시장에서다. 반가움도 잠시,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부활은 다소 다른 궤적을 따른다. 실제로는 중국 상하이GM이 만든 ‘쉐보레 몬자(Monza)’의 얼굴을 바꾼 리뱃징(Re-badging) 모델이기 때문이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이름을 그대로 가져다 쓴, 조금은 계산된 귀환이다.

Chevrolet-Launches-All-New-2026-Cruze1.jpg 사진=쉐보레

GM의 전략은 분명하다. 중동처럼 세단 수요가 아직 살아 있는 시장을 겨냥해, 익숙한 이름으로 새 제품을 소개하고자 한 것이다. 차체는 GEM(Global Emerging Markets) 플랫폼 위에 세워졌다. 사실 이 플랫폼은 이전에도 ‘캐벌리어’라는 이름으로 멕시코 시장에 등장했지만 조용히 퇴장한 전력이 있다. 그래서인지 이번엔 더 조심스럽고, 동시에 더 노련하다.


겉모습은 단단하고 매끈하다. 스포티한 LED 헤드램프와 허니콤 그릴, 공기역학을 의식한 실루엣. 여기에 ‘아발론 화이트’, ‘립 타이드 블루 메탈릭’ 같은 외장 색상은 젊은 층의 눈길을 끌기 충분하다. 하지만 진짜 변화는 실내에서 느껴진다. 운전석 앞 10.25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같은 크기의 터치스크린이 하나처럼 이어진 듀얼 스크린 레이아웃은, 요즘 시대의 기준을 충실히 반영한다.

Chevrolet-Launches-All-New-2026-Cruze3.jpg 사진=쉐보레

동력 성능은 실용에 집중했다. 1.5리터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과 6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의 조합. 최고출력은 113마력, 최대토크는 14.4kg.m 정도다. 퍼포먼스를 기대하기보다는 도심 주행과 일상의 효율성을 중요하게 여긴 구성이다. 참고로 중국 내수용 몬자에 들어가는 1.3리터 터보 엔진이나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이번 중동 모델에선 빠졌다.


크기는 현대 아반떼보다는 조금 작다. 전장이 4,630mm, 휠베이스는 2,640mm 수준. 하지만 기본형인 LS 트림에서도 후방 카메라, 2열 송풍구, 긴급 제동 시스템까지 빠짐없이 챙겼다. 상위 LT 트림에는 가죽 전동 시트, 선루프,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도 더해져 세단 시장을 겨냥한 만반의 준비가 느껴진다.

Chevrolet-Launches-All-New-2026-Cruze4.jpg 사진=쉐보레

어찌 보면 이번 크루즈는, 우리가 알던 그 크루즈는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여전히 쉐보레라는 이름 아래,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단의 가치’를 증명하고자 한다. SUV가 대세라지만, 누군가는 여전히 낮고 조용한 세단을 그리워한다. 쉐보레는 그 마음을 읽고 다시 길을 내고 있다.


비록 한국 도로에서 다시 볼 날은 쉽지 않겠지만, 익숙한 이름이 새로운 얼굴로 다시 달리는 모습만으로도 왠지 모를 감상이 인다. 이름이 전부는 아닐지라도, 그 이름이 기억하게 하는 순간은 분명 존재한다. 오늘 한 번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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