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트 글라스와 쿼터 글라스, 과거 환기창에서 오늘날 안전·개방감의 열쇠로
차를 타고 매일 출퇴근을 반복하면서도, 많은 운전자들이 존재조차 의식하지 못하는 유리창이 있다. 운전석 앞 삼각형 창 ‘벤트 글라스’, 그리고 뒷좌석 옆의 ‘쿼터 글라스’가 그 주인공이다.
단순한 디자인 요소로만 여겨졌던 이 유리들은 사실 자동차의 역사와 기술 변화 속에서 끊임없이 그 역할을 바꿔온 숨은 공신들이다.
환기창에서 소멸 위기까지… 벤트 글라스의 굴곡진 역사
에어컨이 없던 시절, 벤트 글라스는 차량 내부 환기의 핵심이었다. 운전자가 직접 열 수 있었던 삼각형 창은 자연풍을 유입시키는 역할을 하며 여름철 쾌적한 주행을 가능하게 했다. 특히 ‘필러리스 하드탑’ 모델에서는 측면 전체를 열었을 때의 개방감을 완성하는 중요한 디자인 요소이기도 했다.
하지만 1970년대 들어 에어컨이 보급되면서, 벤트 글라스는 필요 없는 부품으로 전락했다. 바람이 스며드는 틈새는 소음을 유발했고, 돌출 구조는 공기저항을 높였다. 이로 인해 개폐식 벤트 글라스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대신 고정식 유리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사라지지 않고 진화한 이유… ‘안전’의 창으로 부활하다
오늘날 벤트 글라스는 다시 자동차에 남아 있다. 하지만 그 이유는 환기가 아닌 ‘시야 확보’다. 전복 사고 시 안전을 위해 A필러를 두껍게 만들면서, 운전자의 사각지대가 넓어지는 문제가 생겼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A필러 앞 삼각 공간에 투명한 유리를 삽입한 것이 바로 현대식 벤트 글라스다.
외관상은 단순한 유리처럼 보이지만, 이 작은 창은 운전 중 좌우 전방의 시야를 넓혀주는 중요한 안전 장치로 자리잡았다. 기술의 변화 속에서도 그 역할을 달리하며 살아남은 진화형 부품인 셈이다.
쿼터 글라스, 뒷좌석 탑승자 위한 ‘심리적 창문’
차량 후면 측면에 위치한 쿼터 글라스는 벤트 글라스와는 다른 출발점을 가진다. 뒷좌석 승객에게 시각적 개방감을 제공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창문이 없는 구조이거나, 뒷좌석 창문이 충분히 열리지 않는 차량에서는 이 작은 유리가 답답함을 덜어주는 역할을 한다.
동시에 외부 시선을 분산시키는 위치 덕분에, 실내를 들여다보기 어렵게 해 탑승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기능도 한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고급 쇼퍼드리븐 차량에서는 쿼터 글라스를 ‘오페라 윈도(Opera Window)’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는 극장 VIP석처럼 안에서는 바깥을 여유롭게 감상하고, 밖에서는 안이 보이지 않도록 설계된 고급스러운 개념이다.
자동차의 벤트 글라스와 쿼터 글라스는 단순한 장식용 유리가 아니다. 과거에는 환기창으로, 현재는 시야 확보와 개방감을 위한 필수 구성으로 진화해왔다. 특히 벤트 글라스는 사라질 위기를 ‘안전’이라는 새로운 기능으로 극복했고, 쿼터 글라스는 탑승자의 심리적 만족과 프라이버시 보호라는 가치를 품었다.
다음에 차량을 탈 때, 그저 지나치던 이 삼각창들을 다시 한 번 살펴보자. 알고 보면 이 작은 유리 조각들이야말로, 자동차의 역사와 기술이 응축된 가장 섬세한 디테일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