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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utumn dew Feb 12. 2023

Life begins after coffee

모든 직장인들로 하여금 커피를 못 마시게 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겨우겨우 하는 출근에 모닝커피 한 이 없다면. 유일한 숨구멍인 점심시간에 식후 커피 한 모금이 없다면.

교직원 식당에서 3천 원 대의 학식을 먹고 가끔 그보다 더 비싼 금액의 커피를 사 마시기도 하는, 아이러니한 사람이 여기 있습니다만.



카페가 없던 시절, 여행자들은 힘들다 지쳤을 때 어디에 가서 쉬었을까. 식당에 가기엔 그만큼 배가 고프지는 않고, 상점에 들어가기엔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았다면. 길바닥에 주저앉아 물로 목을 축였으려나.

현대인은 매일 커피로 수혈을 받는다. 작디작은 콩들을 볶아 만든 고소한 향기의 새까만 액체가 뭐길래.  정도면 만인의 일상부스터가 아닌가. 담배와 술을 넘어 이토록 많은 이들이 중독된 기호식품이 있을까.




우연히 휴대폰 갤러리를 뒤적이다 발견한 커피와 관련된 적들 몇 가지 모아 여기에 남긴다. 여정 중 어김없이 쉼이 필요한 순간. 식당에 들어갈 때엔 주저함이 있어도, 카페에 들어갈 때엔 주저함이 없.


여행의 시작을 함께 한 노상에서의 커피, 라트비아 리가
가게 앞에 세워 둔 커피에 대한 '다문일답'




사실 화장실이 급해 들어갔던 카페, 에스토니아 탈린
카페 벽에 주인장이 잔뜩 써놓았던 커피 예찬 문구


문구 몇 가지를 따라 적어보자면,

A yawn is a silent scream for coffee.

Ways to win my heart
1. Buy me coffee
2. Make me coffee
3. Be coffee

Food is good, coffee is better.

FORGET LOVE, FALL IN COFFEE.

You're cute and all, but I'm not sharing my coffee.(이 말이 더 귀엽다)






사람들은 진정 커피를 사랑하는 걸까. 아니, 아마 커피와 함께하는 시간을 사랑하는 겠지.

이런 글을 쓰고 있지만 사실 난 커피 맛 잘 모른다. 그저 '내 취향은 산미가 있는 것보다 고소한 맛이구나'라는 것을 아는 정도. 러니 커피보단 커피를 마시는 그 시간을 더 사랑하는 게 명하다.


가끔 오랜 시간 카페에서 머물다 오는 날엔, 코끝에 커피 냄새가 배어 자기 전까지 가시지 않을 때가 있다. 그렇게 묻혀온 흔적들 중 일부인 걸까, 이 사진들도.



탈린카페 안 문구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


Coffee doesn't ask silly questions, coffee understands.



그래- 그간 커피는 그 누군가와 함께 실컷 떠들어대던 직장생활의 푸념도, 신세한탄도, 울한 소개팅의 흑역사도 다 이해해 줬.


유럽여행 중 자주 만나는 영국 커피 브랜드, 코스타 커피
어쩜 이런 문구를 냅킨에 넣으려고 했을까



slchld(서울차일드)의 'bayou'란 곡을 요즘 즐겨 듣는데, 노래의 끝부분이런 가사가 있다.


'Bury me on a Sunday'
나를 일요일에 묻어 줘.


처음엔 왜 하필 일요일에 묻어달라고 했을까 궁금했는데 지금처럼 요일 출근이 꺼려지일요일 저녁, 난히  가사 절실히 와닿는다.


하- 내일도 출근하면 커피부터 마셔야지.

다음 주도 잘 부탁해.
아기에게 공갈꼭지를 물리듯, 스스로에게 커피를 물린다. 그래야 또 산다. 덜 징징댄다.



사실, 월요일은 커피 마시 출근합니다.
그것 말곤 기대되는 게 없어서요.


어느 자판기에서 우연히 본 문구 'CuP-E',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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