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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utumn dew Oct 28. 2022

귀여움의 '수미상관'

지금 당신에게 가장 귀여운 사람은 누구인가요

당신에게 묻는다.

첫째, 아기는 왜 우리 눈에 귀여울까요?

둘째, 우리는 왜 아기 때 기억이 없는 걸까요?


10년 전, 심리학 수업 때 교수님이 던진 질문들.

물론 이 질문들에 과학적인 답변은 존재하겠지만, (사실 배웠을 텐데 기억이 잘 안 난다) 10년을 살아오며 발견한 이 개똥철학을 기록하여 기억하고자 한다.


Q1. 아기는 왜 우리 눈에 귀여울까요?

A1. 귀여우면 보호받는다.

아기에겐 거부할 수 없는 귀여움이 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나는 부모님과 외할머니, 그리고 직장에서 만난 몇몇 어른들(물론 전부는 아니다)도 귀여워지기 시작했다.

귀하다는 말에서 귀엽다는 말이 온 걸까. 귀여우니, 지켜주고 싶다. 도와주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그들은 진정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귀여운 때는 보호가 필요한 때라고. 그래야 더 오래 살 수 있다고. 진화론적으로 종의 보존을 위해 우리 눈에 그들이 그리 보이는 게 아닐까.


Q2. 우리는 왜 아기 때 기억이 없는 걸까요?

A2. 아기는 최초의 것을 기억하지 못하며, 노인은 비교적 최근의 일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오히려 과거에 대한 기억이 더 선명하다. 가장 극단적인 예는 치매환자가 아닐까. 결과적으로 그들은 불리하고 나약한 과거와 지금을 각각 잊는다. 어리석고 부족한, 불완전한 때를 잊음으로써 또렷하지 않은 기억이 그들의 불완전함에 정당성을 더해준다.

언어도 마찬가지. 우리는 아기의 언어를, 옹알이를 바로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고 어느 책에서 읽었다. 치매환자의 언어는 천국의 언어라 우리가 알아듣지 못하는 거라고.


나는 언젠가부터 나의 친애하는 어른들에게 '귀엽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한다.

그러면서 인간의 감정 중 가장 인류애 가득한, 사랑스러운 이 감정의 정체에 대해 생각하다 10년 전 교수님의 질문들이 불현듯 떠올랐다. 그리고 스스로 내린 결론. 귀여움의 감정은 아이와 노인의 상관관계 속에서 그것이 어쩌면 인간사의 '수미상관'이 아닐까 하고.




몇 년 전부터 엄마가 코를 골기 시작했다.

엄마는 마치 코를 골지 않은 것처럼 깨었다가, 다시 깊게 잠들며 코 골기를 반복한다. 그렇게 한참을 자다 깨고 나서 엄마는 잠을 제대로 못 잤다며 투정을 부린다. 고로 나는 이제 엄마랑 같이 자면 잠을 설친다.

그러다 문득 생각해본다. 30여 년 전 나와 그녀의 모습을. 분명 그녀는 쉽사리 잠들지 않는 잠투정 가득한 딸로 인해 새벽 내내 잠을 설쳤을 것이다.


엄마는 그때의 내가 귀여웠고, 나는 그때 엄마가 귀여운 줄 몰랐다.

그리고 나는 지금의 엄마가 귀엽고, 엄마는 아마 지금 내가 귀엽(?)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그때와 지금, 서로를 귀히 또 귀엽게 봐주었고 봐주고 있다.

내 눈에 귀여울 때가, 가장 사랑스럽되 한편으론 가장 유약한 때임을.


아끼는 감정의 뒷면과 마주했다.

함께 귀하고 귀엽되, 약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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