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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utumn dew Dec 31. 2023

'맞잖아'에 맞설 용기

한 살 만큼의 품을 넓히기 위해

지금껏 읽은 책들이 머릿속에서 뒤죽박죽 되어, 정확히 어느 책에서 읽었는지는 모르겠다. 어느 심리학 책에서 작가가 말하길, 사람들이 대개 나이가 들수록 주변에 이상한 사람들만 있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했다. 왜 이렇게 주변에 이상한 사람이 많을까. 그리고 습관처럼 내뱉는 말. '진짜 그 사람 이해가 안 되네.'


책에선 정말로 나이가 들면서 이해가 되지 않는 이상한 사람들이 주변에 늘어나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그것은 당신에게만 국한된 일이 아니며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일이라고 했다. 당연한 일이라고.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각의 사고방식이 확고해지면서 개인이 수립한 정상의 기준은 엄격해지고 기준에 어긋나는 이들은 늘어간다. 그러니 주변에 이상한 사람들 밖에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어쩌면 나에게 이상한 사람인 그의 입장에선, 나도 이상한 사람 중 한 사람일지 모른다.




그때도 어른이긴 했지만 지금보다 어린 어른이었을 때에, 생각해 보니 주변엔 이상한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히려 소수의 극도로 이상한 사람들이 버거웠. 그러나 정말 책에서 말한 대로 나이가 들수록 심각하진 아도 얕게(?) 이상한 사람들이 주변에 자꾸 늘어갔다. 모름지기 상식(常識)이라 함은 '항상 상'에 '알 식'이니 보통의 수준에서 알고 있는 것들이라 할 수 있는데, 간이 갈수록 내가 생각했던 상식이 상식이 아니었던 건가 하는 의심에 자주 빠졌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가." 이 말을 자주 내뱉게 .


내 나이에도 이런 말을 자주 내뱉는데, 책에서 말한 대로 나보다 나이가 더 많은 어른들은 오죽할까. 그리고 정말로 나에게 각자의 고충과 고민을 털어놓는 어른들은 습관처럼 그 말을 더 자주 내뱉었다. 그들 주변의 누군가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는 그 말을.


그러다 얼마 전, 우연히 그들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그들은 항상 말미에 자신의 논리를 확인하는 말로  말을 꼭 붙였다.

"내 말이 맞잖아." (막상 써놓고 보니 음성지원이 되는데, 아주 다양한 목소리들이 들려온다.)



맞다고 말하지 않으면 혼이 날 것만 같다. 그들은 쌓인 세월만큼 늘어난, 주변의 이상한 사람들 갈등에서 본인의 생각이 맞음을 확인받고 싶어 했다.  그들의 마음 충분히 이해. 마찬가지로 나 또한 내 편인 사람들  야기 동의해주지 않 몹시 서운하니까. 그러고 보니, 그 말은 나이의 문제라기보단 누구든 자신의 마음에 바로 공감해 주길, 그로 인해 상대와 연결되길 바라는 마음에 가까웠다. 보이지 않는 상대의 마음을 향해 두드리는 노크. 문 너머의 진실된 반응 앞서 '계세요?', '내 말 들리죠?', '내 말이 맞는 것 같죠?'하고 여러 번 되묻는 느낌.


가끔 아주 솔직히, 상황에 따라 '그건 조금 맞지 않는 것 같아요'하고 말하고 싶기도 했다. 또래들이면, 아닌 건 아닌 것 같다고 하겠는데 어른들이 동의를 구하며 말씀하실 때엔 차마 반박을 할 수가 없었다. 그나저나 왜 어른들은 자꾸 '내 말 맞지?', '맞잖아.', '맞다 아이가?'(경상도입니다만) 식의 추임새를 늘여갈까. 또 하필 왜 그들 주변엔 이상한 사람이 그렇게나 많을까. 공통점을 발견한 그때, 시선을 바꿔 다시 한번 그들의 마음에 서 보기로 했다.


주변에 이상한 사람이 많다는 건, 다시 말해 그만큼 외롭다는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했다. 이상한 사람들에 둘러싸여 섬처럼 외롭다고. 누군가와 통하고 싶다고. 그들은 혼자가 아님을 확인받고 싶어서 그렇게 동의를 갈구했던 게 아니었을까.


그래서 굳이 바로잡아야 할 일이 아니면, 외로운 그들의 마음에 큰 의심을 품지 않고 "맞습니다." 하고 도장을 찍어주기로 했다. '그 사람 입장에선 그럴 수도 있죠.' 하는 너른 타이름을 그들이 대했던 건 아닐 테니까.



그러다 갑자기, 나는 '맞잖아'를 가급적 갈구하지 않고 나이 먹 싶어졌다. 책 속의 논리에 대한 반증으로 주변에 이상한 사람이 적어야만, 마음에 나이가 들지 않았음을 확인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러니 앞으론 상식 대한 을 다시 생각해보려 한다. 얕게 이상한 사람들을, 상식의 바운더리에 넣어줄 수 있는 품을 가질 수 있게끔. 동의를 갈구하지 않아도 홀로 잘 소화해 낼 수 있는 지혜를 가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주위이상한 사람이 많지 않았으면 좋겠다.


영어로 상대에게 내 말이 맞는지를 되물어볼 때 말 끝에 'right?'하고 덧붙이는, 생각해 보니 'right' '옳은'이라는 뜻이다. 어찌 보면 내 말이 옳은지를 물어봐야 하는 것인데 여태껏 그저 맞장구를, 공감만을 바랐던 건 아닐까. 단순히 맞고 틀리다의 논리에서 벗어나 옳고 그른지를 먼저 판단 수 있는 혜안 갖고 싶다. 스스로 납득한다면, 동의를 구할 일도 없을 테니.


궁극적으로, 마음을 다해 누군가에게 동의줄 순 있되 나는 동의를 갈구하지는 않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또 이렇게 한 해가 간다.

나이를 한 살 더 먹음과 동시에, 한 살만큼 정말로 주변에 이상한 사람들이 늘어려나.


어쩌면 끝내, 나도 몰랐던 내 마음이 하고 싶었던 말은 이것일지도 모르겠다. 조금 버겁겠지만 이성의 눈으로 스스로의 마음을 계속 들여다며 그 품을 넓힐 테니,  들 렇게 외롭지 않았으면 겠다. 나이 든 것도 슬픈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까지 되고 싶지는 않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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