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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utumn dew Jan 28. 2024

어떤 위로이자 응원

결국은 해피엔딩

살면서 이렇게 동물에게 빠졌던 적이 있었던가. 나의 사무실 컴퓨터 배경화면과 카카오톡 메신저 프로필 사진에는 '푸바오'가 자리 잡고 있다. 세상에, 이렇게 치명적인 귀여움이 있다니. '귀엽다'라는 감정을 누구보다 아끼는 나에게, 이름만큼 보물 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심지어 사무실 컴퓨터 웹브라우저에는 우울할 때마다 보려고 푸바오의 짧은 영상들을 즐겨찾기에 넣어두었다. 갑자기 화가 날 때, 우울할 때, 주저 없이 클릭 한 번으로 인류애를 충족한다. 인류애가 떨어졌을 때, 동물로부터 인류애를 충전하다니. 아이러니함과는 별개로 귀여운 그 자태를 보고 있자니 웃음이 절로 나온다.



온 국민의 관심 속에 성장한 판다, 푸바오가 곧 대한민국과의 이별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연말, 생일을 맞이한 나에게 푸바오의 작은 할부지 송영관 사육사님이 쓴 에세이 책이 선물로 왔다. 선물을 받자마자 "꺄아-"하는 비명이 절로 나왔다. 이렇게 나를 어린아이처럼 만들다니. 신비로운 능력을 갖고 있는, 귀여운 자태의 푸곰주.


자기 전에 침대에 누워, 단숨에 책 한 권을 다 읽었다. 책의 마지막에는 사육사님이 푸바오에게 전하는 편지가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물어본단다.
푸바오가 떠나는 게 맞느냐고.
왜 행복한 아이에게 슬픔을 주냐고.

이제 너에게 그 이야기를 해줄 때가 된 것 같아.

푸바오, 엄마와 아빠도 더 큰 행복을 찾아 먼 길을 떠나왔단다. 이곳에서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어. 이제는 푸바오도 푸바오만의 행복을 위해 길고 먼 여행을 떠나야만 하는 순간이 온 거야.

살아가면서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피할 수는 없단다. 누구에게나 찾아오지. 하지만 그 시기를 이겨내면 더욱 가치 있고 값진 행복의 보물이 찾아온다는 것도 알게 될 거야. 푸바오가 사랑하는 엄마, 아빠처럼 말이야.

이제는 이곳을 떠나야만 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겠지, 푸바오? 왜냐면 그곳에 푸바오의 행복한 삶이 있기 때문이란다.

기억해, 푸바오. 너의 이야기는 처음부터 해피엔딩이었다는 걸.


- <전지적 푸바오 시점> 中, 송영관 저 -


이 책을 읽을 무렵, 나는 사실 상반기 인사이동을 예감하고 있었다. 오래 있던 곳을 떠나는, 먼 곳으로의 인사이동. 몇 년 만에 내린 결심의 결과였다. 그래서였을까. 사육사님의 말 한마디, 한 마디가 나에게 큰 위로와 응원으로 다가와 이 편지를 읽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어쩜 저렇게 흔한 듯 흔하지 않은 예쁘고 다정한 말들로 한 개체의 삶을 응원할 수 있을까.


누구라도 익숙한 곳을 떠나, 멀리 새로운 곳으로 향하는 사람이라면 그의 편지가 나에게 와닿았듯 위로이자 응원이 될 것이 분명하다. 우리 모두 어른인 척 하지만, 사실 마음속에는 관성의 법칙을 따르는 겁쟁이와 쫄보가 살고 있기도 하니까.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송별회와 응원의 인사들이 계속 됐다. 이 와중에 나와 같이 근무하다 멀리 발령 가신 아버지 같은 분께서 떠나기 전 밥을 사주고 싶다며, 고속버스를 타고 대구까지 오셨다. 그와의 점심 식사를 마치고, 다시금 그를 터미널에 내려다 드리고 돌아오는 길에 괜스레 마음이 뭉클해졌다. 밥 한 끼를 사주겠다고 2시간 가까운 거리를 버스 타고 올라오는 나에게 계시다니. 감동적이다 못해, 과분함이 밀려왔다. 사람들의 따뜻한 응원과 관심에, 그간 내가 얼마나 과분한 애정 속에서 살았는가를 실감한다. 많은 사람들의 응원에 힘입어서라도 나는 하루하루를 성실히 잘 살아내야 한다.




근 4시간을 달려 목적지도착했다. 대구에서 인천이라니. 4시간 동안 운전을 하고 올라오면서, 일본이나 제주도를 가는 게 더 가깝겠다고 되뇌었다. 인천공항 말고는 한 번도 와본 적 없던 이곳. 두렵고, 겁나고, 무섭기도 하지만 이 시기를 이겨내면 더욱 가치 있고 값진 행복의 보물이 찾아올 것이다. 긍정의 삶이 무너지지 않기를. 어떠한 경우에도 내 삶을 부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나의 성장과 그로 인한 내 삶의 긍정을 1순위로 두고 떠나왔으니까.


그리고 편지 속의 응원처럼 나의 이야기도 결국엔 해피엔딩 것이다. 그러므로 성장을 위해 새로이 이직한 듯한 마음으로, 내일부터 아무튼 출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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