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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텀민 Mar 07. 2023

인테리어는 끝나지 않는다

우리 집에 봄이 왔네

 우리 집 주방에서 베란다로 나가기 위해서는 여닫이 문이 아닌 미닫이 유리문을 열어야 한다. 요즘 지어지는 아파트들은 베란다로 나가는 문을 여닫이 문인 터닝도어로 만들고 불투명 유리를 끼워 미니멀하게 만드는 편인데, 우리 집은 구축이다 보니 예전에 보편적이었던 샷시 형태에다 투명한 유리문이라 집안에서 베란다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보이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유리문이 어찌나 투명한지 문이 열려있는 줄 알고 그냥 나가려다 부딪히는 일도 다반사다. 피해자는 나, 남편 그리고 정수기 매니저 아주머니까지... 너무 웃기지만 웃을 수 없는 상황들을 여러 번 마주했다. 그만큼 투명하게 외부가 비친다는 뜻이다.

 베란다는 아무리 깨끗하고 깔끔하게 꾸며도 베란다일 뿐이다. 처음에는 어차피 보이는 모습, 이왕이면 깔끔하고 예쁘게 바꿔보자는 생각에 팬트리 랙을 만들었다. 예쁜 철제 선반을 사다 리빙박스를 가지런하게 두고 셀프 팬트리 룸을 만들었는데 가지런하게 정돈되어도 베란다는 베란다일 뿐이었다. 어쩔 수 없이 그 모습에 눈감은 채 3년 반을 살았고... 최근에 드디어 베란다를 눈에 보이지 않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봄맞이 인테리어랄까.



 단순하게 커튼을 설치한 것뿐이지만, 왠지 다른 집에 온 것 같고 심지어 주방이 더 넓어 보이는 예상치 못한 효과까지 얻었다. 커튼에서 블라인드로, 다시 블라인드에서 커튼으로 고민을 수십 번 하고, 수많은 커튼 디자인 중에 이 발랄한 그림의 쉬폰 커튼으로 결정하는 데만도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다행히 커튼은 기대했던 것만큼 딱 상큼하고 적당히 깔끔했다. 톡톡 튀는 컬러와 배색을 많이 사용하여 발랄한 느낌의 패브릭을 제작하기로 유명한 꼭 써보고 싶었던 브랜드의 제품이라 더 기분이 좋은지도 모른다. 이 브랜드에는 다양한 컬러와 패턴의 제품들이 있지만 그중에서 제일 심플한 아이로 골랐는데, 화이트&그린을 사용하고 있어 목전에 다가온 봄을 조금 더 빨리 집에 당겨온 것 같아 설레는 기분이다. 한 계절에서 다음 계절로 넘어가는 시기에는 뭐든 이렇게 변화를 줘야 조금 더 살아가는 재미가 있는 법이다. 상큼한 기분도, 깔끔해진 모습도 금방 적응하겠지만 앞으로 몇 주 정도는 볼 때마다 기분이 좋을 것 같다.


Before&After


 이번 봄맞이 집 꾸미기를 진행하기 전 우리 집 주방은 이런 모습이었는데, 훤히 보이는 베란다도 눈엣가시였지만 칙칙해 보이는 콘솔도 항상 눈에 걸렸다. 이 집을 공사할 때 원목 가구에 꽂혀 모든 가구를 어두운 톤의 원목으로 샀는데 새하얀 도화지 같은 벽지에 어두운 가구는 다른 방들에서는 멋지게 어울렸지만 화이트 싱크대가 있는 주방에서만은 영 어울리지가 않았다. 콘솔 하나만 두고 보면 참 예쁜데 주방에서는 혼자 어울리지 못하고 붕 떠 미운 오리 새끼가 되고 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가구에 대한 애정만으로 이렇게 3년 반을 살았는데 어느 순간 한계점이 왔다. 봄도 오고, 여전히 이 모습은 마음에 들지 않는 데다가 똑같이 돌아가는 일상이 지겨워 뭐라도 해야만 될 것 같은 기분!

 그래서 커튼 설치와 함께 새로운 수납장도 들였다. 이제야 주방의 균형이 잡힌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전에는 주방을 볼 때마다 묘하게 불편했는데 그런 기분이 싹 사라진 걸 보니 봄맞이 리프레쉬를 제대로 한 것 같다. 이렇게 소소한 변화에도 기분이 좋아서 틈만 나면 주방에 서서 이 모습을 바라보고 서 있으니 남편이 물었다. 좋아? 어, 좋아...


 인테리어 공사를 싹 하고 들어와 살면서도 이런저런 인테리어 활동은 계속해서 전개되고 있다. 소파 위치를 이쪽 벽에서 저쪽 벽으로 바꿔보기도 하고, 테이블 위치를 옮겨보기도 한다. 테이블 스탠드나  플로어 스탠드 조명을 새로 사기도 하고, 쿠션 커버나 벽에 걸 그림을 새로 사서 바꿔 끼기도 한다. 기분 전환엔 이만한 게 없다. 거창하지 않아도 좋다. 집을 한 번 더 돌아보고, 내 기분이나 혹은 계절에 맞춰 집을 꾸미는 것은 똑같이 굴러가는 쳇바퀴 같은 일상에 약간의 변주가 된다. 취미라고 하기에는 조금 웃기지만 결혼한 이후로 변하지 않는 내 취미는 인테리어라고 말할 수 있다. 매일 똑같은 하루에 지쳤다면 인테리어에 소소한 변화를 줘 보는 것을 추천한다. 뭔가 해보고 싶은데 어렵다면, 계절에 맞게 집을 꾸민다고 생각하면 한결 쉽다. 나는 이번에 봄의 푸릇푸릇한 새싹을 닮은 그린 컬러와 가볍고 얇은 쉬폰 소재를 사용했다. 이런 식으로 여름엔 톡톡 튀는 오렌지 컬러와 메쉬 느낌의 소재, 가을에는 단풍을 닮은 컬러, 겨울에는 눈이 연상되는 화이트나 크리스마스가 연상되는 레드&그린, 그리고 따뜻해 보이는 털 종류의 소재를 사용하는 것이다. 때마다 제철 음식을 찾아먹는 것처럼 집에도 제철 인테리어를 해보면 어떨까. 한 번 해보면 집과 나의 일상에 대한 애정이 쌓이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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