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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슬바람 Sep 30. 2020

한 걸음 더 나아가기 프로젝트 - day38

명절 냄새


엄마가 생선을 말리기 시작하면 집안 곳곳에 생선 냄새가 가득하다. 두통을 유발하는 이 냄새는 명절이 시작됨을 알려준다. 누군가에겐 고된 노동,  누군가에겐 그리운 가족들을 만나는 날이며 나에게 명절은 어색한 사람들과 한 공간을 나눠 쓰는 날이다.


명절이 되면 큰집인 우리 집에 모두가 모인다.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과는 어색한 공기가 흐른다. 어색함을 이기기 위해 서툰 인사를 건네고 한 공간에 있기 어색해 텔레비전 앞으로 모인다.

며느리들은 고된 노동을 마치고 식탁에, 방 한편에 앉아 숨을 고른다. 남자 어른들은 할머니와 함께 거실에 앉아 밀린 대화를 이어가고 손자 손녀들은 방 한구석에 자리 잡고 앉아 집안일을 외면한다.


명절이 싫은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쉴 곳 없고 잘 곳도 없는 공간

고된 노동, 장시간 운전을 하고 온 친척들이 쉬어감에 있어 불만이 있다는 게 아니다. 편하고 싶은데 편할 수 없는 자리가 불편할 뿐이다.


며느리들의 끝없는 집안일 그리고 외면하는 사람들

엄마와 작은 엄마 두 분은 설거지, 상차림, 차례음식 준비, 과일 내오기 등 끝없는 집안일을 한다. 기름기 가득한 그릇들을 보고 있노라면 설거지하기 부감스럽다. 평소라면 뜨거운 물에 푹 담가 놓고 설거지를 하겠지만 명절엔 그럴 틈이 없다. 그릇이 너무 많다.


집안일을 외면하고 있자니 엄마가 보이고 엄마를 돕자니 하기 싫다. 그러디 20대 중반에 처음으로 명절에 설거지를 한 적이 있다. 아마 그 이후로 몇 번 했던 거 같은데 그게 끝이었다. 마음은 참 간사하다. 마음은 같이 하는 게 맞는데 몸은 움직이려고 하지 않는다


왜 손자들은 누워 자도 손녀들은 일어나야 하는가 

차례상에 사용될 제기를 닦는 일은 여자들의 몫이었다. 엄마는 차례상을 차리기 위해 새벽 5시에 일어나 일을 하고 우리는 제기를 하나 둘 꺼내 닦아 놓는다. 하루는 제기를 닦고 있는데 저 앞 소파에서 아빠와 친척 남동생이 앉아 있는 걸 보고 "너도 이리 와서 이것 좀 닦아"라고 말했다. 그때 아빠가 한 행동은 아직도 생각하면 짜증이 난다. 

아빠는 남동생의 허벅지에 손을 턱 올리면서 "넌 안 해도 돼"하며 막아줬다. 그걸 보고 있는데, 어찌나 화가 나던지. 


  즐거울 수만은 없는 날들, 한가위는 즐거워야 하는 날이라지만 모여서 제사를 지내거나 아무 말 없이 텔레비전 앞에 앉아 있기보다는 할 일을 했으면 헤어지고 각자의 집에서 짧은 연휴를 즐기는 게 좋지 않을까? 

모여서 여행이라도 가면 좋겠지만, 그건 아마 불가능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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