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어느 날 카톡이 울렸다. 친구의 톡이었다.
친구 그래서? 언제 퇴사해?
나 곧! 10월까지만.. 좀만 더 버티고!
10월이면 나 이제 4년차거든!
퇴사를 준비하고 있는 시점이었다.
2016년 10월에 입사해 3년 8개월 동안 일했고, 2020년 10월이면 입사한 지 4년이 돼서 경력만 더 채우고 퇴사하려고 했다.
매일 퇴사를 하겠다고 얘기했지만 진짜로 퇴사를 결심하게 된 건 상사와의 불협화음이었다.
나의 업무를 간략하게만 말하자면 '수집'에 관한 일이었다. 매일 우편으로 배송되는 '자료'들을 분류하고 시스템에 입력하는 일이었다.
매일 반복되는 일이었지만 익숙해지면 ‘잘해나갈 수 있는 일’이었다.
‘잘해나갈 수 있는 일’을 3년이나 했지만 나는 언제나 실수투성이였다.
우리 조직은 한 명의 담당자가 두세 명의 계약직 직원들을 관리하는 구조였다.
담당자는 2년 이상이 되면 변경되고 계약직 직원들은 업무가 변경되거나 인사이동이 되는 일은 없었다. 담당자와 계약직 직원이 호흡을 맞춰 일하는 시스템이라 서로 일하는 속도도 맞춰야 했다.
내 담당자는 2019년 10월에 새로 왔고 이전 담당자와는 분위기도 업무 스타일도 180도 달랐다.
나는 워낙 사람들 눈치를 많이 보는 타입이라 새로 온 담당자가 어떤 타입인지 파악하는 일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이전 담당자는 까다로운 일이 있으면 같이 고민하고 해결하고 그렇게 호흡을 맞췄다.
수직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속도가 느린 나를 배려해주며 같이 나아갔다.
근데 새로 온 담당자는 이전 담당자와는 확연히 달랐다. 일처리가 엄청 빠르고 집요했고 무서웠다. 자신이 생각한 답이 아니라면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고 이전 업무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고 계속 내게 잘 못했다며 꾸짖었다.
주로 내 자리에 와서 ‘이건 왜 이렇게 처리했냐’, ‘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냐’, ‘왜 예전에 일했던 방식을 얘기하냐’, ‘일한 지 3년이 넘지 않았냐’를 시작으로 계속해서 갈궜다. 한 번은 선생과 제자 사이인가 싶은 생각도 들 정도였다. 솔직히 이때까지는 내가 갈굼을 당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저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일을 하며 매일 실수를 하는 '내' 잘 못이기에 '내가' 잘 못한 일이니 '나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담당자는 점점 나와 말을 섞지 않고 내부 전화로 지시했다. 시스템에 메모를 남겨놓으면 한 글자씩 읽어주며 조사가 빠졌고 맞춤법이 틀렸고 문장부호가 빠졌다며 얘기했다. 담당자 덕분에 나의 메모 남기는 방식은 깔끔하게 정리됐지만 나 자신은 망가져갔다. 전화 벨소리만 들어도 숨이 막혔고 쥐구멍에 숨고 싶었다. 잘못한 일도 아닌데 내 자리까지 와 2시간 동안 같은 얘기를 반복하며 주변 사람들이 힐끔거릴 정도로 무안을 주며 갈구는 경우도 있었다.
담당자에게 전달해야 할 자료가 있으면 내 자리에서 30분이 넘는 시간 동안 말을 정리하고 시뮬레이션을 하며 연습했다.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한 번 더 살피고 또 한 번 살폈다. 그렇게 더 열심히 실수를 하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담당자 앞에 가면 머릿속이 하얘져 연습한 것은 다 무용지물이 됐다.
퇴근하고 주말이 지나고 출근할 생각을 하면 잠을 이루지 못했으며 갑자기 목을 조여 오는 불안함에 자해를 하게 됐다.
내 잘 못이 아니어도 무조건 내 탓을 하는 성격 탓에 난 우울증 진단을 받았고, 퇴사를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