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까지 드라마를 보다 잠들었다. 어디선가 진동이 들려왔다. 잠이 덜 깬 상태로 전화를 받았다.
친구의 전화였다. 아침부터 무슨 전화인가 했는데, 아차. 오늘 친구가 오는 날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준비를 하고 길을 나섰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기분 좋은 소식을 들고 왔다. 결혼을 앞두고 있단다.
대학생 때 만나 친구가 됐는데, 이렇게 컸구나 싶었다.
김만복 본점에서 김밥을 먹고 곶자왈로 향했다. 사유지로 운영되는 곶자왈은 입장료가 5000원이다.
친구가 운전을 해서 버스로 오기 힘든 이 곳을 오게 됐다.
곶자왈은 ‘곶’과 ‘자왈’의 합성어로 된 고유 제주어로서, 곶은 숲을 뜻하며, 자왈은 ‘나무와 덩굴 따위가 마구 엉클어져서 수풀 같이 어수선하게 된 곳’으로 표준어의 ‘덤불’에 해당한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제주도 지질여행> 중 ]
생각보다 작은 규모의 서귀포에 위치한 곶자왈은 30분 정도면 한 바퀴 돌 수 있었다. 비자림만큼 풀냄새가 많이 나지는 않았지만 천천히 돌기 좋은 이곳은 다시 와도 좋을 거 같다.
이 친구와 여행 스타일이 비슷했다. 곶자왈을 금방 봐서 아쉬운 마음에 오름을 가자고 제안했는데, 흔쾌히 수락했다. 숙소 사장님이 금오름 정상까지 가는 길이 두 가지가 있는데, 아스팔트 길이 아닌 왼쪽으로 길이 나있는 곳으로 가면 쉽게 갈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곳은 정상까지 갈 수 있는 길이 아닌 둘레길이었기에 우린 고민했다.
사람들이 쉽게 올라가는 저 아스팔트 길을 가느냐 둘레길만 걷느냐
룰렛은 둘레길을 걸으라 했지만 우린 아스팔트 길을 걷기로 했다. 그렇게 쭉 걷다 보니 정상까지 오르게 됐다. 오르면서 생각했다 슬리퍼를 신고 오르는 저 사람들은 대단한데? 여길 어떻게 오르지?? 정말 나는 저질체력이 분명하다.
혼자 왔었던 신창 해안도로를 다시 친구와 왔다. 이번엔 풍차 가까이까지 가봤는데, 생각보다 큰 풍차에 별의별 생각이 다드는 순간이었다. 이상하게 저 풍차가 참 좋다. 그리고 풍차를 보면 슬퍼진다.
친구 삼촌의 식당에 방문했다. 오랜만에 집밥을 먹는 것 같은 상차림을 받았다. 장작구이에 구운 고기와 김치찌개, 친구가 사 온 복숭아와 삼촌이 내어준 자두 두 알, 직접 내려준 핸드드립 커피까지 배 터지게 먹었다.
관계는 언제 봐도 신기하다. 첫째 주에 온 친구와 있을 땐 텐션 업이었는데 이 친구와 있을 땐 차분해졌다. 어떤 사람과 있느냐에 따라 그날의 컨디션도 달라진다.
알고 보니 mbti가 비슷했다. 내 mbti는 infp or isfp인데 얘는 infj이다. 같은 i인 것도 신기해서 mbti궁합을 봤다. 파국이 되는 사이이면서도 좋은 관계가 될 수 있는 사이라는 결과를 보고 웃자 우린 이런 결론을 냈다.
"우리 분기별로 만나자"
누군가에게 이렇게 말한다면 서운할 수도 있다. 왜? 가까운 사이라면 매일 만나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적정 거리를 지키며 오래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적정선을 유지한다고 플레이리스트가 완전히 변해버릴 거라고 무서워하지 말자.
플레이리스트는 언제나 유지되니까.
[김수현 <애쓰지않고, 편안하게 >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