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이 계란밥을 해주신다고 해서 조식을 먹으러 나왔다. 구좌에 있는 해녀의 부엌에서 숟가락 세팅을 이렇게 해줬다며 말씀해주셨다.
해녀의 부엌은 해녀의 공연과 파인다이닝을 즐길 수 있는 식당이다. 해녀의 공연이 궁금해서 가보고 싶었는데 1인 55,000원이라 여유 있을 때 가보는 게 좋을 거 같다.
버스를 오래 타고 싶지도 않고 크게 가고 싶은 곳이 없어서 섭지코지에 있는 유림 미술관에 가보기로 했다. 섭지코지는 가봤었지만 미술관이 있는지는 몰랐다.
유리공예 전시관인데 전시장은 지하에 위치해 있다. 신기했던 작품을 사진으로 남겼다. 청년, 장년, 노년의 삶을 버섯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제일 큰 버섯이 청년을 상징하는 것인지 노년을 상징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초밥이 먹고 싶었는데 찾아간 초밥 집은 브레이크 타임이라 어쩔 수 없이 다른 식당으로 갔다. 한치물회가 맛있어 보였는데 먹고 나니 속이 시리고 매워서 한치만 건져먹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먹고 나서 알게 된 건데 물회는 나랑 내 입맛에 잘 안 맞는 거 같다.
집 근처로 넘어와 풀무질에 왔다. 건너편엔 지난번에 갔던 가는곶세화가 있는 곳이다. 단순히 사진만 찍고 책을 훼손하는 경우가 많았나 보다. 안내문을 읽고 조심스럽게 책방으로 들어간다.
여기서 구매한 책은 <동주와 빈센트>, <죽은 자 의 집 청소>이다. <동주와 빈센트>는 전시를 보는 기분이라 꼭 소장해야 할 책이라 생각해 구매했고, <죽은 자의 집 청소>는 고독사, 자살로 돌아가신 분들의 집을 청소해주는 특수 청소부 에세이인데 풀무질 사장님이 최근에 읽고 너무 마음이 무겁고 정말 읽어보길 추천한다고 말씀하셔서 호기심에 구매했다.
풀무질에 사는 광복이와 사진을 찍고 집으로 돌아갔다.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이번에 정말 많이 먹은 과자가 마늘맛콘스낵인데, 일명 나나콘이다. 고등학생 때 처음 먹었던 거 같은데 이게 술안주로 딱이다. 친구가 알려준 오렌지 소주를 마시며 하루를 정리했다.
책을 읽다 생각을 정리하게 되는 주제가 있었다. 우리는 온라인 상에서 불편을 자주 얘기하곤 한다.
'왜 브래지어를 안 해요?', '왜 짝다리를 짚어요?', '왜 하품해요? 선배가 말하고 있는데 뒤에서 하품을 하는 후배의 모습이 보기 좋지 않네요.', '왜 이런 책을 읽어요? 난 이제 당신을 좋아하지 않을래요' 등 나의 가치관과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행동을 보이면 득달같이 달려들어 비난을 한다.
나라고 그런 적이 없었을까. 과거의 내 행동에 부끄러워지는 순간들이 하나 둘 수면 위로 올라왔다. '저 사람은 왜 저래? 진짜 이상하지 않아?', '얜 내가 보기에 진짜 미친 거 같아'라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었다. '저렇게 행동하면 안 되는데, 이건 이거고 저건 저거지'하며 평가했던 순간도 있었다.
우리는 모두 타인이며 살아온 방식이 다르다. 사회에 나오기 전까지는 가정에서 배운 나의 세계가 있다면, 사회에 나오면서부터는 사회에서 주입시켜주는 것들을 장착하게 된다. 그리고 사회에서 규정지은 행동 외에 다른 행동들을 보이면 그 사람을 사회에서 매장시켜 버린다.
이것은 옳은 일일까? 반드시 생각하고 고민하고 스스로 정리해야 할 부분이다. 난 이 주제를 읽고 이런 결론을 내렸다. 나와 다른 가치를 추구하고 다른 생각을 하는 이가 있다면, 일단 그 사람 자체를 인정하고 받아들여본다. 그리고 그 사람에 대한 판단을 하게 된다면 머릿속으로만 정리를 한다. 말의 힘은 강하다. 말로 내뱉으면 그 사람을 내 기준대로 생각하게 되니까 말이다.
제발 우리 모두 말의 힘을 무시하지 말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