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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진 Sep 20. 2020

생선 사이소_마사슬록, 선데이 피시 마켓

레몬 블루 몰타

몰타에서 맞이한 첫 일요일 아침.


대한민국에서 어느 노총각의

일요일 아침은 게으르다.

평일처럼 출근 시간에 맞춰 잠이 깨었건만

애써 잠을 다시 자다가

'먹고는 살아야지...' 하며

부스스 일어 나서는

일요일은 OO게티 요리사가 될 것인가

OOO카레 요리사가 될 것인가 잠시 고민한다.

그러다가 과자 부스러기와 우유를 꺼내 들고

마리 앙뜨와네뜨 왕비가 먹던 사브레가

이런 것이리라 바득바득 우기며

우걱우걱 입 안으로 쳐 넣는다.


그러나 몰타에서의 일요일 아침은

사뭇 다르다.


오전 7시 30분에 출발하기로 한 택시는

약간 늦게 왔고

나는 마치 부지런한 사람인척

운전기사에게 투덜거린다.


여기는 마사슬록(Marsaxlokk)


몰타의 수도 발레타에서

약 20분을 달려 도착한 곳은

마사슬록(Marsaxlokk) 이라는 어촌이다.


이곳에서는 매주 일요일, 물고기 장터가 열린다.

이름하여 선데이 피시 마켓

(Sunday Fish Market)

글자 그대로 물고기 장터는 일요일에만 열리는데

오전 7시부터 개장해 10시쯤 되면 닫히기 때문에

아침에 일찍 도착해야 볼거리가 풍성하다.


한국에서나 몰타에서나 커피 CAR는 필수~!!!


아침부터 내게 한 퉁 먹은

택시 기사 아저씨가 정보를 준다.


"여기는 전통 시장과 물고기 장터가

 함께 있어요. 전통 시장 쪽에 내려 줄께요.

 저쪽으로 가면 물고기 장터가 나와요"


그랬구나.

선데이 피시 마켓만 열리는 줄 알았는데...


이미 장은 열렸고 급할 것 없는 여정,

전통시장부터 천천히 둘러보기로 한다.



시장이란 원래 컬러풀하지만

알록달록 색이 예쁜

사탕 가게가 눈에 띈다.



색색의 사탕을 보자

나는 국어 교과서에 읽었던

<이해의 선물>이라는 수필을 떠올린다.


그 수필을 쓴 작가가 어렸을 때,

어머니와 동행하지 않고

혼자 단골 사탕 가게에 가서

돈 대신 은박지에 싼 버찌 씨를 내밀었고

사탕가게 주인 위그든씨는

오히려 거스름 돈을 쥐어 줘서

어린아이의 마음을 보듬어 줬다는 이야기...


아마도 그때, 어린아이가 본 사탕 중에는

바로 이런 사탕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고

나도 은박지를 내밀면

저 아저씨는 어떻게 반응할까

위그든씨처럼 잔돈을 거슬러 줄까?

아니면 뗏찌 뗏지 야단을 맞을까?...

...라는 상상도 해보다가  

아차, 그렇지 나는 어린이가 아니지..

경찰 부르지 않으면 다행이겠구나 하며

냉큼 현실로 돌아온다.




어머니는 아기에게 줄 장난감을 골라보는데

아이는 그런 어머니의 맘도 모른 채

꿈나라 속에 있고

'이거 한 근에 얼마예요~'라고

물어보는 듯한 아저씨...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서는

점차 찾아보기 힘든 풍경이 몰타에서는 펼쳐진다.

물론 지방에서는 아직도 5일장,

10일장이 열리고 있고

서울에도 지역 상설 시장이 있지만

1970년대, 80년대에 갔던 시장과는

엄청나게 달라졌다.




손님이 빵을 가리키는 순간

번개 같은 손놀림을 보여주려고

대기하고 있는 빵 장수 아저씨,

'하나 더 넣어 줘~'

'아휴, 더 드렸거든요~' 하며

대화를 나누는 듯한

아저씨와 아가씨를 뒤로 하고

피시 마켓 쪽으로 간다.



무슨 이름의 물고기인지...

조금은 무서운 빨간색을 띠는 물고기,

왜 나를 바라보는지.

물고기 영정 사진이라 생각하고 찰칵~




아침부터 카메라 들고 어슬렁 거리는 외국인은

결코 생선을 사지 않음을 알고 있는 아주머니는

한쪽 팔로 거뜬히 생선을 들고

내 옆의 고객을 향해 눈길을 보내고

지중해 어느 구석에서 잡힌 오징어와 정어리는

킬로그램당 얼마에 팔리고 있고

비닐봉지에 집중하고 있는

어느 아주머니의 손에는

고객에게 더 주려 함인지

아니면 정량대로 줄 것인지 궁금한

새우가 한 움큼.


실은, 이곳 마사슬록으로 오기 전에

미리 생각해둔 장면이 있었다.



그것은 시장 상인들 삶의

생생한 현장과 인물을 촬영하는 것이었다.


카메라를 목에 건 노총각은

외국인 여행객 티를 팍팍 내며

호시탐탐 인물 촬영을 노렸다.


잘 짜인 스튜디오 조명 아래에서 촬영한

인물 사진은 어딘가 정감이 떨어진다.

그러나 여행 중에 도촬한 인물 사진은

훨씬 자연스럽고 사실적인 정감이 느껴진다.


드디어 기회가 왔다.

연어로 추정되는 생선을 손질하는

어느 아주머니,

손자인지 아들인지 이를 지켜보는 소년.

현장학습 중일까?



수 차례 지켜보기만 하던 소년은

결국 칼을 잡았다.

죽은 물고기라 안 무섭나?

칼날을 물고기 배 속으로 쑤욱~~ (아, 무서워...)



흑백, 컬러, 어느 쪽이 좋아 보이는지요?


약간의 기다림 끝에 어느 할아버지를 찍었다.

아아, 그런데...

이 웃음의 의미를

단 한 장의 사진으로는 설명할 수가 없다.


때로는 한 장의 사진이 열 마디의 말보다

강하게 의미를 전달하지만

이번에는 글의 힘을 빌어와야 한다.



할아버지가 웃는 이유는

이 할머니,

본인의 아내를 바라보고 있어서였다.


나는 촬영하기 전에

할아버지와 어느 고객이 나눈 대화를 들었다.

그래서 저 할머니가 아내라는 걸 알았다.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바라볼 때마다

'웃었다'

그냥 웃었다.


우리나라의 어느 영화에서도

노부부가 마치 신혼부부처럼

알콩달콩 사는 모습을 보여줬으나

아내를 바라보기만 해도

해바라기 미소를 짓는 할아버지를 보니

내 마음도 찡~ 하다.


이런 장면을 보면

결혼이라는 것도 할 만 한가보다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느새 10시가 넘었다.

전통 시장은 여전히 손님을 기다리는데

피시 마켓은 서서히 문을 닫는다.

싱싱한 물고기, 다 팔았나 보다.


나도 시장 촬영을 닫고

떠날 차비를 한다.


마사슬록에서 배를 타고

세인트 피터스 풀(St Peter's Pool)로

가야 한다.


***여행팁톡 (Tip Talk)***

■ 택시비 : 발레타 → 마사슬록, 20 유로

    ※ 택시로는 20분 정도이나

         버스를 탈 경우, 한 번 갈아타기도

         해야 하고 1시간 이상 걸립니다.


■ 마사슬록 시장에서 구입하면 좋은 상품

   - 마그네틱

   - 잼 (맛있다고 합니다)

   - 누가 (Nugat, 진짜 맛있어요~)

   - 참치, 연어 (숙소에서 먹을 수 있다면)


#몰타 #지중해 #여행기 #랜선여행

#마사슬록 #선데이 #피시 #마켓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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