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우진 Oct 25. 2020

여성 거인이 만든 신전_주간티아 (유네스코 문화유산)

레몬 블루 몰타

거인에게도 남성과 여성이 있다면?


남성 거인, 여성 거인이 있다는

상상을 해 본 적이 있었나? 

내게 그런 기억은 없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외눈박이 거인의 성(性)을

생각해 본 적이 없고 

성서의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에 나오는

거인 병사 골리앗도 남성이었기에 

'거인'이라 하면 으레 남성이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몰타(Malta)의 고조(Gozo) 섬에는 

"여성" 거인이 스스로 세웠다는,

돌로 만들어진 신전(Temples)이 있다. 

이름하여 주간티아 신전 (Ggantija Temples).

1980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된 곳이다. 




고조 섬 시내버스 322번이

나를 내려놓은 곳은 어느 주택가. 

구글 맵을 사용 해 찾아온 이곳에는

청동기 시대에 만들어진 신전이 있어야 하는데 

어디를 둘러봐도 사람 사는 동네 일 뿐.

어찌 된 것일까? 


주간티아 신전 입구
주간티아 신전 전시장
주간티아 신전에서 출토된 석상들


구글 맵을 켜고

위로 갔다 아래로 갔다 몇십 분 헤매다가

신전 입구가 어딘지 '이해'했다. 


 '신전 입구를 무슨 사무실 건물처럼

   만들어 놨지?'라고 투덜거리며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매표소와 함께 작은 전시장이 보인다. 


주간티아 신전은 

지금으로부터 무려 5600여년 전인

기원전 3600년에서 3000년 사이에 

지어졌다고 추정되며 

'주간티아'의 뜻은 

여성 거인(giantess)이라 한다. 


저 문을 열고 신전으로 들어간다
문을 열고 나와 길을 따라 들어가야 한다


전시장 내부의 검은색 문을 열자 

방금 본 주택가 풍경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지는데

그제야 이곳 지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신전은 주택가보다 낮은 지역에 있는데

주택가의 담벼락 때문에 보이지 않았고 

매표소 건물을 통과,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야 신전이 보이는 것이다. 



'허걱.... 이걸 어쩐다...' 

드디어 만난 신전, 그런데 당황스럽다. 


유적지를 촬영할 때는 

그 근처의 자연(自然)과 어우러지게 

찍어야 한다고 알고 있는데 

이 신전은 너무 황량하다.

몰타 본섬에 있는 유네스코 문화유산

아자르임과 임나드라 사원은 

근처에 블루 블루 지중해가 있어 

사원의 레몬 컬러와 함께 촬영할 수 있었는데 

이곳은... 너무 황량하다. 

신전 또한 2004년 아테네에서 본 

파르테논 신전을 기대했던 건 아니지만 

그냥 막 돌덩어리 쌓아 올린 듯한 모양새가 

그다지 예뻐 보이지 않는다. 



신전은 북쪽과 남쪽으로 나뉘는데

반원형의 공간이 군데군데 만들어져 있다. 



위 사진에 보이는 공간이 

주간티아 신전에서 가장 유명한 곳인데 

재물을 올리는 제단(壇)으로 추정되는 공간이

너무 높은 곳에 있어서 

5600년 전의 사람이 만들었다고는 믿기지 않아 

거인이 만들었다는 전설을 믿는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신전 외벽을 이루는 돌 중에는

무게가 약 57톤에 달하는 것도 있는데,  

이집트 피라미드가 세워지기도 전인 그 시절에

어떻게 돌을 운반해 왔는지  

속 시원하게 밝혀지지 않아 

그냥 거인이 만들었다는 걸 믿는 편이

차라리 속 편해 보인다. 


그런데 왜 "여성" 거인일까?

믿거나 말거나한 나의 생각으로는

옛날 옛적에는 '모계' 중심 사회여서 

여성 관련 신화가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앗, 그런데...

신전 벽에 낙서가 되어 있다. 

1840년에 그린 것 같은 낙서도 있고 

알파벳도 보인다. 

낙서마저도 참 오래됐구나 싶긴 한데 

여기가 뉴욕 지하철도 아니고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낙서라니... 

한국어 낙서는 없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일지. 



그나저나, 뭘 어떻게 촬영해야 할지 막막하다. 

그동안 몰타에서 석회암(limestone)은 많이 봤고 

얼기설기 엉성한 듯하면서도 

서로서로 맞물린 돌멩이들이 경이롭기는 하나 

딱히 마음에 와 닿는 느낌이 없다. 



이제 신전을 떠날 때가 되었다. 


'내가 몰타 정부의 공무원이라면 

 나 같은 여행 사진가를 위해서 

 신전을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를 설치할 텐데...'라고 투덜거리며 

신전을 나선다. 




***여행팁톡(Tip Talk)***


□ 주간티아 신전 관람 

 - 입장료 

   어른 9유로 / 학생 7유로 / 어린이 5유로

   ※신전 근처 '타 콜라 풍차' 입장료 포함 

- 관람 시간 

    6월~10월 : 09시~18시 

  11월~  5월 : 09시~17시

 - 가는 길

    시내버스 322번 (고조 섬) 

 


#몰타 #malta  #Gozo #Ggantia #temples

#레몬 #블루 #주간티아 #신전 #고조 #섬 

#blue #sea #여행 #사진 #photo #photograph 


이전 20화 레몬 블루 모자이크_천일 염전 (Salt Pans)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