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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진 Dec 28. 2019

마음의 평화를 나눕니다, 제주 서귀포 표선 성당

제주 공간 여행

‘하루쯤 성당 여행’이라는 책이 있다. 

그러니까… 종교의 공간인 성당도

괜찮은 여행지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나는 날라리 가톨릭 신자지만

그래도 신자의 의무를 다하려고 

'18년 12월 24일, 제주 서귀포 '표선 성당'에 가서 
 성탄 전야 미사를 드렸고 
 (미사 시간이 11시 한 대밖에 없어서 
  전야(前夜) 미사는 아니었지만)

'11년 제주특별자치도 건축문화 대상을 받은 

아름다운 성당 건축을 관람하는 기쁨을 누렸다.



성당 마당으로 들어서자 

본당과 부속 건물이 보인다. 

본당과 부속 건물 사이의 아담한 정원과 
전반적으로 고즈넉한 분위기는 

내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본당 건물을 다시 보니 

건물 바깥에 십자가가 안 보인다. 

우리나라에 있는 모든 성당에 가보지는 못했지만

명동성당 지붕 위에 십자가가 있음은 알고 있다. 

그런데 표선 성당의 지붕이나 바깥에는

십자가가 없다. 

이는 일반적으로 종교 건축물이 갖고 있는

어떤 틀을 깼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사 중에는 사진 촬영을 할 수 없기에 
짬짬이 눈치껏 실내를 둘러봤다.

(사진은 미사 마친 후 촬영)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빛'이었다. 
성당 천장 쪽 창을 통해 들어온 빛은 
제대 앞에 서 있는 신부님께 떨어졌다. 


아마도 표선 성당을 지은 작가(건축가)는 
태양의 동선을 고려했을 것 같다. 
대부분의 성당에서 중심 미사는 
오전 11시~정오 무렵이므로 

이 시간과 햇빛을 고려해서 지붕 쪽에 

창을 내었으리라 본다. 



성당 내부는 

제대를 중심으로 부채꼴로 펼쳐져 있다.

이는 로마 유적지의 원형극장을 생각나게 했는데, 
한국에서는 프로테스탄트(개신교) 교회에서 
본 적 있으나 성당에서는 보지 못했던 구조다. 

이 구조는 십자가가 있는 제대 앞으로 
모든 시선을 집중시키는 힘이 있다. 
미사 시간에 다른 생각하지 말고 

신부님 강론에 집중하라는 의미가 담겼나 보다. 



천장뿐만 아니라 내부 벽면에도 

예쁜 빛이 들어오는 창문이 많았다. 

그 빛을 보면서 

천국과 지옥을 나누는 기준은 

아마도 저 빛의 유무가 아닐까 싶었다. 



얌전하게 틀을 깬 외경과

잘 가꿔진 소나무 정원, 

그리고 하늘에서 내려온 빛이  

내 마음을 평화롭게 했다. 


아마도 가톨릭 신자가 아니라면

제주도까지 가서 성당 여행을 하기란

그리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많은 여행자들이 한 번쯤은

아담하고 고즈넉한 표선 성당에서 

마음의 평화를 느껴 보면 좋겠다.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표선면 표선리 1483-1

https://goo.gl/maps/9uKPHDeZFYkXoxut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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